미세플라스틱의 위험성을 알리는 콘텐츠를 봤을 때, 아마 열의 아홉은 그 심각성에 공감하겠죠. 근데 그 후에 당장 미세플라스틱에 위협(?)당하는 지구를 구하는 일에 뛰어들 사람은 몇이나 될까요?
“행동이 세상을 바꾼다.”
‘아는 것’과 ‘아는 것을 행동하는 것’ 사이에는 거대한 차이가 있습니다. 왜 수천 년전, 공자와 소크라테스가 ‘지행합일, 지덕합일’을 강조하셨는지 이제 잘 알 것 같아요. 저는 알기 위해 뉴스레터를 읽습니다. 사실 안다는 건 문을 여는 행위에 불과합니다. 알게 된 것과 내 영혼을 일치시키려면 우리는 그 문 안으로 한 발 내딛는 행동을 해야 합니다. 그 한 발걸음을 통해 나의 변화가 시작되고요. 그 변화의 지속을 통해 비로소 세상의 변화에 기여할 수 있게 됩니다.
여기 한 어부가 있습니다. 그는 일을 통해 자연스레 해양쓰레기(특히 미세플라스틱)의 심각성을 확인했고요. 당장 내 삶의 터전을 지키기 위해, 지체하지 않고 쓰레기를 치웠습니다. 그의 꾸준한 실천은 점점 주변에 번져 나갔고 이제는 함께 하는 동료가 꽤 많이 생겼죠. 그리고 이제 '그 행동'이 문밖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우리 함께 문을 열고 앞으로 나아가지 않으시겠어요?
안녕하십니까! 쓰레기 낚는 어부 김정판입니다. 저는 죽방염이라는 전통 어업 방식으로 생계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죽방염을 간단히 설명해 드리자면 V자 형태의 발을 설치해 조류에 의해 밀려온 물고기를 잡는 방식입니다. 한 500년 전부터 이어져 내려왔다고 전해지고 있어요. 대표적으로 잡히는 어종은 멸치고요. 계절에 따라 갈치가 잡히기도 하고 6월 말, 7월 초에는 보리새우가 잡히기도 합니다.
조업 중에 멸치와 함께 그물에 항상 드는 게 쓰레기입니다. 집중 호우가 있을 때는 죽방염 그물에 쓰레기가 너무 많이 들어서 그물에 있는 멸치까지 못 쓰게 되는 경우가 엄청나게 많았습니다. 저 어렸을 때는 연안이나 선착장만 가도 꽁치 같은 물고기들이 엄청나게 많았는데 지금은 전혀 없습니다. 해양오염으로 연안 습지가 산란지나 서식지로서 역할을 제대로 못 해서겠죠. 바다에서 일을 하다 보니 해양 쓰레기로 인해 바다가 파괴되고 있다는 걸 체감하게 되더라고요.
“먹고살기가 힘듭니다, 물고기가 없어서”
그래서 더 늦기 전에 제가 실천할 수 있는 것들을 바로 시작해 보기로 마음을 먹었고요. 2012년부터 지금까지 여러 방면으로 해양 쓰레기 줍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해양 쓰레기에 처음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죽방염 그물에 걸리는 해양 부유 쓰레기 때문이었어요. 근데 10년 넘게 해양 쓰레기를 수거하다 보니 자연스레 ‘해안가 미세 플라스틱 수거’에 초점을 맞추게 됐습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해수면이 가장 높을 때인 ‘최고 만조선’ 위쪽에 있는 플라스틱 쓰레기를 빨리 공략해야 합니다. 강한 바람이나 집중 호우 때문에 최고 만조선 위로 떠밀려 올라온 플라스틱 쓰레기는 오랜 시간 해안에서 태양광을 맞으며 미세화됩니다. 미세화된 플라스틱은 수년 만에 태풍이나 집중 호우가 찾아올 때 바다로 휩쓸려 가고요. 바닷속 미세 플라스틱을 수거한다는 건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바다로 흘러들어 간 미세 플라스틱이 바다 환경을 파괴하고 돌고 돌아 해산물을 통해 다시 인간 몸속에 들어온다는 걸 다들 아실 거예요. 마음 같아서는 최고 만조선 위쪽 해안을 굴착기로 싹 다 파서 체로 거르는 작업을 하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