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벤처 닷은 시각장애인을 위한 촉각 디바이스 제품과 서비스를 개발하는 회사다. 시간, 문자메시지 등을 '점자'로 확인할 수 있는 세계 최초 점자 스마트 워치 '닷 워치'에서 시작하여, 촉각 디스플레이인 ‘닷패드’ 그리고 모두의 편리함을 위한 공공 안내 '키오스크'까지 개발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최근 CES 2023 접근성(Accessibility) 부문에서 최고 혁신상을 수상했다. 최고운하늘한아름은 닷의 창립부터 8년 차 재직 중이며, 소셜 임팩트 팀의 디렉터로 활동하고 있다.
Q. 닷은 시각장애인용 스마트워치 '닷 워치'로 많이 알려졌다. 최근 출시한 제품이 궁금하다.
A. 닷의 핵심 기술인 닷 셀의 발전이 있었다. 1세대 셀(6핀)에 비해 핀 간의 간격이 좁은 2세대 셀(8핀)을 제작했다. 일본, 독일에서 제작한 기존 셀 대비 작고 가벼우며 에너지 효율도 높다. 작아진 셀의 크기와 좁아진 셀 간격으로 등간격 배열이 가능했고, 이에 따라 그림, 지도, 도표 등의 그래픽을 출력할 수 있었다. 셀 300개를 가로와 세로로 붙여서 디스플레이로 만든 제품이 닷 패드(Dot Pad)다. 도형과 같은 그래픽을 표현할 수 있는 반응형 촉각 디스플레이로써, 아이폰이나 아이패드를 블루투스로 연결하면 사진이나 아이콘 모양 등을 실시간으로 표시할 수 있다. 현재까지는 공동 연구를 진행하는 기업과 연구소, 정부 부처 사업을 통해서만 보급했다. 올해 말부터 시장에서도 판매할 예정이다.
Q. 닷 패드가 기존 점자정보단말기와 다른 점은 무엇인가?
A. 기존의 점자정보단말기는 한 줄로만 이루어져 있어 풀어쓰기 형식의 점자는 중문의 문장조차 모두 표현되지 않았다. 그뿐만 아니라 도형과 같은 그래픽은 전혀 출력할 수 없었다. 그러나 닷 패드는 300개의 점자 셀을 블릿 화면의 형태처럼 디스플레이를 구현했다. 도형, 사진, 웹툰, 지도와 같은 그래픽의 표시가 가능하다.
* 점자정보단말기 : 점자 입출력기. 시각장애인들이 점자와 음성을 통해서 문서의 출력과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도록 돕는 IT 기기. 점자 입력 키보드, 점자 출력패드, 스피커 등으로 구성됨
Q. 왜 정보를 음성 출력하지 않고, 점자(촉각) 형태로 변환하나?
A. 스마트폰의 보이스오버, 구글 토크백 등의 기능을 활용하면 화면을 음성으로 변환하고, 카카오톡 메시지를 확인할 수도 있다. 반대 방식으로 음성을 텍스트로 변환하여 메시지를 발송하고, 전화를 걸 수도 있다.
그러나 고등 교육을 이수하거나, 전문직 시험을 보거나, 대학 입시 등의 학습을 위해서는 점자가 필수적이다. 학교와 직업을 선택할 때 많은 기회를 가져올 수 있기에 음성과 점자는 대체재가 아니라 보완재다. 서로 보완하면서 정보 표현의 질과 양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Q. 점자를 종이가 아닌 디스플레이 형태로 출력했을 때 장점이 있나?
A. 중/고등학교 수학 교과서를 예로 들어보자. 일단 글자, 숫자, 기호, 그래프, 표 등의 다양한 요소를 점자로 변환하면 일반 책의 5배 이상 부피가 커진다. 가격도 비싸고, 점자가 마모되는 현상도 발생한다. 대학 전공 서적의 경우는 더 접근이 힘들다. 특정 단체에서 제작/보급하지 않으니, 학생이 직접 요청해서 만들어야 한다. 제작 기간이 오래 걸리기에 중간고사가 끝난 후에야 책을 받기도 한다는 에피소드를 들었다. 그래서 책에서 노트북, 점자 보조기기 등으로 디지털화하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인쇄 비용이 들지 않고, 휴대성이 뛰어나며, 빠르게 다양한 콘텐츠를 표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 점자 디스플레이 : 점자를 기계적으로 출력하여 시각장애인이 촉각을 통해서 정보를 해독할 수 있도록 돕는다.
Q. 닷 워치, 닷 패드와 같은 보조기기는 개인에게 어떻게 유통되나?
A. 보통 정부의 보조금 혹은 바우처 지원을 받아 장애인이 구매/대여한다. 지원처마다 다 다르지만 본인 부담금도 있다. 첨단 보조 기기의 경우 가격이 만만치 않아서 저소득층 장애인이 쉽사리 구매 결정을 못 한다. 하지만 세금으로 모든 이에게 100% 무상 지급할 수도 없다. 일정한 자격 조건과 선정 절차를 거쳐야 하니, 바우처 없이 직접 구매하는 분도 있다.
Q. 다양한 기능을 갖췄으나 장애인의 사용 편의를 반영하지 못해서 사장되는 제품을 볼 수 있다. 장애인의 수요/니즈를 반영할 방법이 있나?
A. 결국 장애인이 직접 제품 개발에 참여해야 한다. 자신의 필요를 바탕으로 당사자가 직접 개발한 결과물과 외부에서 필요를 인지하여 비당사자가 개발한 결과물에는 차이가 있다. 또 좋은 성능의 제품이더라도 가격대가 높으면 시장이 형성되지 않고 사장된다. 닷도 지속해서 장애인의 의견과 피드백을 듣고 테스트를 거듭한다. 이를 당사자성이라고 하는데, 어떤 제품이든 사용자의 얘기를 듣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 같다.
Q. 최고운하늘한아름 님이 닷에 합류한 계기와 현재 역할은 무엇인가?
A. 2014년에 하드웨어 중심의 스타트업을 육성/투자하는 업무를 했다. 그때 만난 팀이 예비창업자였던 닷 팀이었다. 2015년부터 8년이란 시간을 함께하고 있다. 내부에서는 최 팀장으로, 외부에서는 소셜 임팩트 디렉터로 불린다. 복지시설, 시각장애인 학교, 기부단체 등을 방문할 때 마케팅, 세일즈, PR 대외협력 등의 문구가 어울리지 않았다. 긍정적인 영향을 전달하는 일이라고 생각했기에 고민 끝에 ‘소셜 임팩트’로 직함을 바꿨다. 국내외 마케팅, 홍보와 PR, 제품 CS, ESG 사회공헌 관련 업무, 대정부나 기업 커뮤니케이션 등의 업무를 한다. 그래도 초기보다는 하는 업무가 많이 줄었다(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