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반려의류’라는 말 들어보셨나요? 반려동물, 반려식물은 익숙하지만, 반려의류는 이민아 디자이너를 통해 처음 들었어요. 민아 님은 본인이 리폼한 옷에 인격을 부여하고, 오랫동안 함께할 동반자로 여깁니다. 한 옷과 긴 시간을 함께하는 것은 환경적으로 분명히 유익한 일이죠. 그런데 제작 과정을 찬찬히 들여다보면, 환경적 의미를 너머 반려의 경지까지 도달한 이유가 있더라고요.
민아 님은 주로 자신이 입을 옷을 만들기 때문에 한 땀 한 땀 자신에게 어울리는 디자인을 한다고 전했어요. ‘내게 맞는 넥라인, 옷의 길이와 폭’ 등, 본인이 좋아하는 디테일을 잔뜩 넣는 과정이죠. 이것을 통해 자연스레 ‘내가 더 나답게’ 돋보일 수 있는 반려의류가 완성됩니다. 세상 그 어떤 옷보다 나를 잘 이해하고 있는 옷에 친밀감을 느끼는 건 아주 당연한 일이겠죠. 그렇게 옷은 반려(伴侶)가 됩니다.
자연환경을 보존하기 위해 시작한 의류 업사이클링. 이민아 디자이너는 그렇게 만들어진 반려의류와 석유보다 짙은 관계를 맺게 됐고, 결국 ‘나를 나답게’ 돋보이게 하는 방법도 찾았습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반려의류를 제작하고 있는 이민아라고 합니다. 저는 옷이 제게 오면 그 순간부터 저와 인격적인 관계를 맺는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집에 있는 반려동물이나 반려식물처럼 수식어를 붙여본 것이 반려의류예요.
요즘 정말 흔하게 취급되는 것이 의류잖아요. 하지만 저는 옷이 제게 온 것도 어떤 인연이 닿아서 저에게까지 온 것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최대한 생명을 다룬다는 마음으로 옷을 대하려고 해요. 일단 제게 온 옷과는 최대한 오래 시간을 보내고요. 제가 그 옷을 보내게 되더라도 그냥 쉽게 보내는 것이 아니라, 지금까지 함께해줘서 고맙다는 마음을 담아 최대한 그것을 활용해 리폼해본다든지 아니면 누군가에게 선물로 준다든지, 옷의 순환을 좀 더 만들어보려고 합니다.
제가 한 벌의 옷과 오래 관계를 맺을수록 의류의 순환 속도가 늦어지는 거잖아요. 반려의류를 만드는 활동이 작게나마 패스트 패션이나 무분별한 의류 생산을 줄이는 데 영향을 미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어요.
자연 속에서 춤을 추면, 제가 자연의 일부라는 것이 느껴져요. 모든 생명체들이 다 연결되어 있음을 느끼거든요. 우리가 하는 행동은 사실 어떤 식으로든 다른 존재에게 영향을 미치잖아요. 실제로 인간의 이기심으로 훼손된 자연 환경은 기후위기 등의 이상 현상으로 돌아왔고요. 그래서 자연 환경을 지키는 것은 온전히 인간을 위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자연과 인간은 하나이니까요. 이런 지극히 이기적인 동기로부터 자연을 지켜야겠다고 다짐했어요.
작업은 먼저 아이디어 구상을 해요. 종이에 스케치를 그릴 때도 있고, 또는 즉흥적으로 그냥 옷을 앞에 놓고 멍하니 바라보면서 "이렇게 해볼까? 저렇게 해볼까?" 하면서 옷 위에 바로 도안을 그릴 때도 있어요.
그다음에는 다림질부터 시작해요. 옷 리폼 작업을 배울 때 '다림질의 빈도가 옷의 품질을 좌우한다'고 들어서, 다림질을 먼저 꼼꼼히 해줍니다.
그 이후는 조금 유동적인데, 주로 세 가지 기술을 활용해서 작업합니다. 첫 번째는 손바느질이고, 두 번째는 재봉틀질이고, 마지막은 래더링(laddering)입니다. 래더링의 '래더'가 영어로 사다리를 뜻하는 'ladder'거든요. 말 그대로 옷을 사다리 모양으로 자른 다음에 엮는 거예요.
‘비록’은 자연 섬유랑 구제 의류를 사용해서 지구 순환 행동을 하는 리폼 작업입니다. 한문으로는 날다 비(飛)와 초록빛 록(綠)을 사용해서 '초록을 향해 날아가다'라는 뜻을 갖고 있어요.
세탁할 때 합성 섬유는 미세 플라스틱이 계속 나온다고 해요. 사실 그것이 세탁을 하면서 올이 풀리는 건데, 그 올들이 사실 다 석유에서 나온 합성 소재의 조각들이잖아요. 반면 자연 섬유 옷의 장점은 일단 미세 플라스틱이 나오지 않는다는 점이 있고요. 옷이 수명을 다해서 나중에 버려졌을 때도 자연에서 더 빨리 분해될 수 있어서, 저는 자연 섬유를 활용해서 작업하려고 해요.
비록 프로젝트를 통해서 빈티지 의류나 리폼 의류가 낡고 구질구질한 것이 아니라 "힙하다"고 사람들에게 인식되었으면 좋겠어요. 그렇게 되면 환경적인 이슈를 다 떠나서도 리폼 의류를 더 많이 입거나 만들어보는 행동을 하게 될 것이고, 그런 것들이 모여 더 큰 임팩트로 나아간다고 생각하거든요.
지금 지구상의 옷은 너무 많아요. 이미 패션 산업이 굉장히 큰 환경 오염의 주범이잖아요. 그래서 이 패스트 패션의 고리를 끊어낸다고 할 수는 없지만, 그 영향력을 줄이면서 대안적인 의류 문화, 슬로우 패션 활용도를 높이는 것이 저의 궁극적인 목표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