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ble Talk.
People
#
47
2024.03.07
인력(人力)이 아닌, 인간(人間)이 왔다
영화감독·이주인권 활동가 섹 알 마문 인터뷰
오늘의 키워드
#다문화/이주민
#인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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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질문
우리는 어떤 자세로 이주민을 초대해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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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생각하는 공공의 공간은 무엇인가요?
Table Talk - People 47호 섬네일. 영화감독이자 이주인권 활동가인 섹 알 마문이 안내 책자를 들고 정면을 응시하며 환하게 웃고 있다.

섹 알 마문(이하 마문)은 방글라데시에서 태어나 1998년 한국으로 이주했다. 마석 가구단지의 미등록이주노동자가 됐고, 우연히 노동 운동에 참여했다가 강제 추방의 위기를 겪는다. 농성 현장에서 함께 활동했던 한국인 동료와 결혼을 했고 2009년 귀화를 했다. 현재는 12편의 작품을 발표한 독립영화 감독, 이주민문화예술단체인 아시아미디어컬처팩토리(AMC팩토리) 멤버, 이주노동자노동조합 수석부위원장으로 활동 중이다. 마문과 함께 이주민의 노동과 일상, 이주민을 향한 한국 사회의 시선에 관해 이야기 나눴다.

*편집자 주 - 이주노동자와 미등록이주노동자

‘이주노동자’는 국적이 아닌 나라에서 유급 경제활동에 종사할 예정이거나, 이에 종사하고 있거나 종사해온 사람으로 정의된다. 미등록이주노동자는 입국, 체류 혹은 고용을 승인받지 않은 이주노동자를 말한다. 단지 정부에 등록되지 않았을 뿐, 이들 또한 인권을 비롯한 기본권을 가진다.


People 코너 로고. 사회혁신가와의 인터뷰를 전하는 Table Talk - People

| 이주노동자의 노동 환경이 궁금하다.

여전히 열악하다. 다만 제도는 어느정도 갖춰졌다. 1998년에는 산업연수생 제도가 있었다. 이주노동자를 노동자 신분이 아닌 기술을 배우는 연수생으로 간주했다. 근로기준법을 적용하지 않았다. 2004년 고용허가제법(외국인근로자의 고용 등에 관한 법률)이 생기면서 이주노동자를 노동자로 인정하고, 16개 나라에서 선발된 이주노동자가 한국에 들어왔다. 제도만 만들어졌지 (미등록)이주노동자가 일터에서 마주하는 환경은 과거와 다르지 않다. 임금체불도 여전하다. 통계에 따르면 이주노동자 체불임금이 연 1,200억 원에 달한다. 고용노동부에 신고된 건수만 이정도다. 이주노동자가 언어 표현의 어려움, 노무사 고용 비용의 문제로 신고를 꺼리는 것을 감안하면 실제 피해액은 2~3배일 것이다.


과거에는 사람들이 이주노동자의 존재를 잘 몰랐다. 잘 모르니 혐오와 반감의 정서도 적었다. 비자 기간을 넘겨 체류하고 있을 뿐인 사람을 어느 순간 ‘불법 체류자’라는 단어로 불렀고, 위험한 사람으로 낙인찍었다. ‘이주노동자 때문에 일자리를 뺏긴다’, ‘이주노동자는 세금을 납부하지도 않는데 건강보험 혜택을 받는다’, ‘한국에서 번 돈을 모두 본국에 보내고, 소비는 하지 않는다’ 등의 사실과 다른 주장, 혐오 표현이 많아졌다.

2018~2022 5년간 체불임금 규모에서 외국인 노동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최근 5년 체불임금 규모(외국인/전체) ⓒKBS

| '세금 납부를 하지 않고 혜택만 받는다', '일자리 경쟁이 가열된다'는 주장은 사실인가?

사실이 아니다. 일반적으로 사업주는 직원으로부터 원천징수 한 보험금과 세금을 신고/납부한다. 그러나 ‘미등록’ 이주노동자를 고용한 사업주는 세금을 납부하지 않는다. 미등록이주노동자는 별도의 등록번호가 없기에 소득세를 납부할 수 없다. 미등록이주노동자 당사자는 세금을 납부하고 싶어도 할 수 없다. 회사에 재직중인 한국인이 근로소득세를 납부하지 않았다면 보통 사업주에게 책임을 묻지 않나? 등록번호를 부여하지 않는 국가, 세금 신고/납부를 하지 않는 사업주의 문제를 지적해야 하는데, 당사자에게 책임을 묻는다. 또 미등록이주노동자의 경우 건강보험 혜택을 받지도 못한다. 그래서 오히려 더 많은 돈을 지불하고 병원을 이용한다.

고용허가제로 입국한 이주노동자는 일할수 있는 업종과 기업이 정해져 있다. 한국인이 일하기 기피하는 곳에 이주노동자가 일하고 있다. 최저임금에, 공장은 외곽 지역에 있고, 근무 여건도 안 좋다. 한국인 채용이 어려우니, 이주노동자를 쓰는 것이다. 정부와 사업주가 싼값에 생산 인력을 공급하기 위해서 이주노동자를 고용한다. 구조적 원인은 정부와 사업주에게 있는데, 이주노동자를 비난한다.

| 4년 전, 전기가 끊긴 비닐하우스 숙소에서 이주노동자 속헹 씨가 숨졌다. 그동안 기숙사 문제는 개선되었나?

비닐하우스, 컨테이너와 같은 시설을 주거지로 제공 못 한다는 기준이 생겼다. 그러나 이주노동자의 70%가 여전히 비닐하우스 가건물에 산다. 왜일까? 불법 가건물 기숙사에 대한 비판과 규제가 심해지자, 사업주는 편법을 쓰기도 한다. 사업주는 기숙사 제공의 의무가 없다. 고용 허가를 신청할 때 숙소를 ‘미제공’으로 표시한 뒤, 정작 외국인 노동자를 받으면 컨테이너, 비닐하우스 숙소를 제공하고 ‘여기서 살든지, 알아서 구하든지’ 하는 식이다. 그리고 기숙사비를 급여에서 공제한다. 한국에 입국한 지 며칠 후 근무지로 이동한 이주노동자는 당장 살 곳이 없다. 어쩔 수 없이 제안을 받아들인다.

애초에 숙소도 제공하지도 않는 회사를 왜 선택하냐고 반문할 수 있다. 고용허가제로 입국한 외국인은 2~3년 한국어를 공부하고, 자격시험을 보고, 채용을 기다리고, 사장과 계약을 맺는다. 어렵게 한국에 온 만큼 취업이 간절하다. 계약 조건에 기숙사가 없다고 무효화 할 수 없다. 계약하지 않는다면 또 무작정 기다려야 한다.

“비닐하우스는 집이 아니다!”라는 글자가 크게 적힌 현수막을 들고 기자회견을 진행 중인 이주노동자 기숙사 산재사망 대책위
2020년 12월 30일 이주노동자기숙사산재사망대책위가 속헹 씨 사망사건에 대한 진상 규명과 근본대책을 촉구하고 있다. ⓒ이주노동자운동후원회 페이스북

| 열악한 주거, 임금 체불, 노동 환경 외 우리가 잘 모르는 문제는 또 무엇이 있을까?

공장 지역의 경우 선주민/이주민 노동자 간 폭행 사건이 빈번하다. 피해 이주노동자가 경찰에 신고하면, ‘언어 소통이 원활하지 않으니 친해지려고 장난친 것 아니냐?’, ‘화해해라’는 식으로 경찰이 대응한다. 심각한 사건의 경우도 그렇다.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않으니 사건 접수도 안 되고, 나중에 별도의 고소장을 제출하려니 혼자 힘으로는 어렵다. 공식적으로 집계 안되는 폭행 사건이 많다.

이런 경우도 있었다. 이주노동자가 사업주의 폭행/폭언에 못 이겨 고용센터에 사업장 변경 신청을 했다. 신고 사실을 안 사업주가 기숙사 내 해당 노동자의 짐을 밖으로 다 빼놓고, 문을 잠갔다. 고용센터는 신고 사항의 처리를 위해서 2~3주의 기간이 소요되고, 임시 주거지를 제공하지는 못한다고 답한다. 졸지에 살 공간이 없어진 노동자는 멀리 떨어진 쉼터, 기도원을 찾아 스스로 거처를 마련할 수밖에 없다. 거리가 멀어져 출근을 못하면 근무지 이탈 신고가 될 수 있으며, 체류 자격을 박탈당할 수 있다. 이렇게 법/제도의 사각지대에 놓인 이주노동자가 많다.

| 이주노동자가 불합리한 이유로 빈번하게 사업장을 변경한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아니다. 고용허가제로 입국한 이주노동자는 사업장 이동의 자유가 없다. 근로조건 위반, 부당한 처우 등의 사유로 일을 그만둔다고 말하는 순간부터 퇴직 처리까지 사장의 눈치를 봐야 한다. 피해를 스스로 입증하기도 어렵고, 도와줄 가족/친지도 없다. 고용센터도 무관심하다. 폭언/폭력 사건은 가해자와 피해자를 분리해야 하는데, 수사가 진행되는 기간에도 사건이 일어난 일터와 기숙사에 머무를 수밖에 없다. 타국에서 한국어도 미숙한데 다른 일자리를 찾는 것도 쉽지 않다. 다른 곳에 취업하기 위해서는 여러 손해와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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