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ble Talk.
Peop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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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2023.07.13
장난감 빈부격차 없애는 장난감 수리단
코끼리공장 이채진 대표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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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생각하는 공공의 공간은 무엇인가요?
Table Talk - People 31화, 코끼리공장 이채진 대표 편의 썸네일 이미지, 장난감들을 앞에 둔 이채진 대표가 정면을 응시한 채로 웃고 있다.

Table Talk People 로고 이미지

| 장난감 빈부격차 없는 세상을 꿈꾸는 이유는 무엇인가?

대학원생 시절,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제임스 헤크먼 박사의 논문을 접했다. 5세 미만 시기에 개입해 빈곤의 대를 끊을 기초를 만들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여기에는 연령별 장난감 보유 개수가 발달 정도에 영향을 미친다는 내용도 있었다. 졸업 후 아동복지 분야에서 근무하며 취약계층 아동들의 가정환경을 알게 되었다. 실제로 취약 아동은 영유아 시기부터 큰 자극의 차이가 벌어지며, 일반 아동 대비 인지, 신체 역량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부모가 바빠서 아이에게 피드백을 잘 못해준다면, 이 역할을 대신해줄 적절한 장난감이 필요하다.

| 창업 이전 아동학과를 전공한 어린이집 선생님이었다. 코끼리공장을 시작한 계기는 무엇인가?

아동복지시설 근무 당시 구 단위 장난감 대여 사업을 담당했다. 5억 원어치 장난감을 구매했는데, 3달 정도 지나니 1억 원어치가 고장 났다. 장난감 고장은 잦은데, A/S 서비스를 제공하는 제조사는 5%에 불과했다. 그마저도 긴 시간이 걸리고 보통 새 제품을 보냈다. 제조사 입장에서는 그게 더 효율적이니 A/S 시스템 자체가 제대로 갖춰진 곳이 없다. 장난감은 대부분 단순 고장이라 고치기 쉽다. 조금만 손봐주면 멀쩡한 장난감인데 쉽게 버려진다. 고장 난 장난감은 쌓여가고, 대여 수요는 많은데 빌려줄 수 없는 상황이 계속되니 답답했다. 수리해서 이 자원을 순환시키면 아이들과 환경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했다.

코끼리공장 공식 홈페이지 화면, 울산 매장 내에서 장난감을 안고 있는 이채진 대표의 정면 모습이 보인다.
(클릭) 코끼리공장 공식 홈페이지 / 울산 매장 전경 및 이채진 대표 모습 © 코끼리공장

| 당시 담당했던 장난감 대여 사업의 자세한 내용이 궁금하다.

아이들의 발달 과정은 같기에 다들 필요한 장난감은 동일하다. 사용 주기는 짧고 가격은 비싼 장난감을 다들 똑같이 구입하는데 경제적으로 부담이다. 단순 고장으로 사용을 못 하게 되면  장난감 수리도, 다른 사람에게 주거나 중고거래하는 것도, 육아에 지친 부모 입장에서는 신경 쓸 게 많아 힘들다. 그러니 멀쩡한 장난감도 그냥 버린다. 이 상황을 돕기 위해 지자체는 수억 원의 장난감을 구입 후 무상 대여하는 가정양육지원 사업을 했다. 보통 전국 단위로 각 지점당 하루 평균 12~20건 정도 대여가 이뤄지는데, 내가 담당했던 곳은 하루 평균 600건 대여가 이루어졌다.

| 그곳이 유독 이용률이 높았던 이유는 무엇인가?

차별점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기존에는 대여/반납하려면 직접 와야 했다. 부모들이 오면 발달 영역에 대한 추천 없이 그냥 쓰여있는 어려운 논문 내용을 보고 장난감을 알아서 선택해야 했다. 고장 나면 제품 정가를 물어내야 하고 반납할 때 소독도 직접 해야 했다. 육아로 지친 부모 입장에서는 이용할 이유를 찾기 힘든 구조다.

난 사실 아동학과는 복수전공이고 본전공은 경영학과다. 두 분야의 관점은 매우 다르지만, 복지에 비즈니스 관점을 적용하면 더 효율적으로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 좋은 일 하니까 이거 하세요’ 식이 아니라 ‘우리 좋은 일 하는데 이게 다른 민간 서비스보다도 더 좋아요’가 선택받는다. 대여자도 결국 고객이다. 기관 방문 시 발달 검사를 먼저 받게 하고 결과에 따라 쉬운 설명으로 장난감 추천을 했다. 수리, 소독 등도 기관이 책임지고, 노인복지사업과 연결해 어르신들이 집 앞으로 배달/수거하는 구조도 만들었다. 맞춤 서비스로 바꾸니 만족도도 높고 대여율이 상승할 수 있었다.

| 코끼리공장의 장난감 수리단은 어떻게 시작되었나?

각 지역단위로 장난감 순환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 판단해 장난감 수리단을 만들었다. 사실 장난감 수리단의 1번 목표는 수리보다도 ‘아버지들의 양육 참여’와 ‘시니어-아동 간 세대 교류’였다. 지역 내 아버지들을 모았다. 장난감 수리단에 참여한 아버지의 자녀는 육아종합지원센터에서 100만 원 상당의 발달 검사를 무료로 받고, 이곳의 장난감도 다 이용할 수 있도록 혜택을 주었다. 본인의 참여로 자녀에게 도움이 되니 양육 효능감이 생겼다. 시니어 분들은 장난감 수리단을 하며 체험 교육 진행 등 젊은 세대와 소통하는 시간을 만들어 공동체 회복을 도왔다. 사회에서의 자신의 역할이 생기니 자존감이 높아졌다.

코끼리공장에서 시니어 장난감 수리단이 장난감을 수리하고 있다.
코끼리공장 시니어 장난감 수리단 모습 © 코끼리공장

| 퇴직한 중장년층, 발달장애인 등 취약계층의 취업을 지원한다. 채용한 직원들의 반응은 어떠한가?

퇴직한 중장년층 직원들의 반응이 특히 좋다. 고장 난 장난감이 본인과 참 닮았다고 하신다. 퇴직 후 ‘난 여전히 멀쩡한데 이렇게 버려지는구나’ 싶어 세상과 단절되는 기분이었다고 하셨다. 장난감을 수리해 다시 세상에 내보내면서 ‘나도 아직 이 세상에서 쓸모가 있구나’라고 생각했다고 하신다. 다들 아이들과 미래 환경에 도움이 된다는 생각으로 보람을 느끼신다.

(클릭) (Youtube) 국내 최대 장난감 쓰레기통에선 어떤 일이 일어날까? © 하이머스타드

| 사업 모델에 대해 사회 전반적인 이해관계자들의 관심이 있는 편인가?

기존 국내 노인 일자리 사업의 경우 길거리 쓰레기를 줍는 직무가 대부분이었다. 공공기관들도 ESG 지표가 내려오는데, 직무 만족도도 낮고 효율도 없으니 고민이 많았다. 장난감 수리단 모델은 거점당 500명씩 일자리도 생기고 직무 만족도도 높다. 수치적 환경 데이터도 나오는데 소재 수익으로 인한 효율도 난다. 최근 들어 다양한 곳에서 연락이 온다. 탄소 중립을 리딩하는 노인 일자리 사업 모델이 되겠다고 판단한 듯하다.

| 사용 불가능한 장난감은 소재를 선별해 해체한다. 선별 과정과 해체된 소재 사용처가 궁금하다.

매년 국내에서 120톤가량의 장난감이 버려진다. 장난감은 수거 체계를 갖추기 어려워 환경부 포기 품목에 있다. 여러 소재가 섞여있고 스티커도 붙어있어 선별이 어렵다. 코끼리공장은 1차 수거 거점에서 수작업 소재 선별 후, 최종 재생 소재 공장에서 500여 명의 시니어 분들과 초분광선별 기술로 더 정확히 선별한다. 보통 70%는 멀쩡해 수리 후 내보내고, 나머지 30%를 분해해 다른 장난감을 다시 살려내는 부품에 쓴다. ABS, PP 등의 소재는 재생 소재로 만들어 업사이클링 제품(가구, LED 조명 등)이나 환경교육 교구(브릭, 화분, 키링 등) 제작에 쓰이고 있다. 생각보다 소재가 많이 모인다. 한 거점당 한 달에 5톤씩, 지금은 6개 거점이라 한 달에 30톤씩 모인다.

새활용연구소에서 시니어 분들이 수작업 선별 작업을 하고 있다.  잘게 부서진 재생소재의 모습과 업사이클링 가구, 업사이클링 장난감
새활용연구소 선별 모습 / 재생소재 모습 / 업사이클링 가구 모습 / 업사이클링 장난감 '코봇' 모습 © 코끼리공장

| 체험교육은 어떤 내용인가? 반응은 어떠한가?

장난감을 직접 기부하며 나눔을 실천한다. 환경 동화 영상을 감상하며 교육받고, 기부한 장난감이 어떻게 순환되는지 알도록 간단한 장난감 분해와 선별을 직접 해본다. 분해된 소재로 만들어진 제품들을 관람하고, 재생 소재를 활용한 업사이클링 브릭/화분/키링 만들기 등의 체험을 한다. 보통 교육에 관심이 높은 부모들이 얼리어답터처럼 프로그램을 신청하신다. 참여 연령도 다양하고 특히 교육청, 재단, 은행권, 기업 관계자들이 만족도가 높다. 현재 거점당 연간 1만 명 이상의 사람들이 교육받는다.

코끼리공장 매장 내에서 사람들이 자리에 앉아 빔 프로젝터 화면을 보며 환경 교육을 받고 있다. 가져온 장난감을 직접 종류를 선별하며 장난감 순환을 체험하는 모습이다.
환경 체험 교육 진행 모습 © 코끼리공장
장난감 빈부격차 없애는 장난감 수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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