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도서관은 우리 사회에 몇 안 되는, 어떤 특징으로 이용자를 구분하지 않는(않아야 하는) 공공의 공간이다.” -『라이브러리 티티섬이 문을 열기까지』, 문기원·도서문화재단 씨앗, LibLab, 210쪽.
도시는 ‘정상’의 신체를 가지고 적극적인 소비 활동이 가능한 성인을 위주로 설계됩니다. 도시에서 공공 공간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요? 라이브러리 티티섬은 경기도 성남시의 12~19세 청소년 중심 공공도서관입니다. 이 도서관에서 청소년들은 낮잠을 자고, 댄스 커버 영상을 찍고, 심지어 톱질도 합니다. 라이브러리 티티섬에서 이용자는 ‘용자’, 운영자는 ‘영자’라고 부르는데요. 라이브러리 티티섬의 영자 노나리(코난)와 라이브러리 티티섬을 기획한 도서문화재단씨앗의 문기원(포포)을 만나보았습니다.
| ‘청소년을 위한’ 공간이 아니라 ‘청소년의’ 공간을 의도한 점이 인상적인데요. 라이브러리 티티섬의 기획과 오픈 과정이 궁금해요.
(포포) 라이브러리 티티섬(이하 티티섬)은 모두에게 열린 공공 도서관으로, 편하게 여러 형태의 콘텐츠를 접할 수 있는 일상 속 문화 공간입니다. 동시에 청소년 중심 도서관이라, 일부 공간은 청소년만 들어갈 수 있어요. 초기 기획은 청소년 중심의 공간을 만드는 프로젝트에서 시작했어요. 청소년을 위한다고 하면서 은연중에 성인의 기준이나 잣대를 투영하지 않도록 주의했죠. 청소년으로부터 출발해야 정말 청소년 중심의 공간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20명 정도의 청소년과 기획을 시작했고, 경험 설계·공간 디자인 전문가와 함께 공간을 만들어 나갔습니다.
전문가를 섭외할 때 ‘우리도 잘 모른다. 그러니 함께 만들어 가자.’고 얘기했어요. 그 메시지와 티티섬의 기획에 공감하는 분들이 모였습니다. 실패해도 괜찮다는 마음으로, 더 나은 것을 찾아간다는 공감대를 형성했어요. 어려운 과정을 같이 헤쳐 나갈 수 있는 분들을 섭외했던 게 좋은 선택이었죠.
| 현재 라이브러리 티티섬의 공간 설계나 문화 중 가장 애착이 가는 것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포포) 장벽을 낮추려는 시도가 소중해요. 예를 들면 모두의 화장실*, 레스 웨이스트** 문화와 카페의 비건 메뉴 같은 것이요. 회원가입 절차를 쉽게 한 것도 중요해요. 장벽을 낮추는 게 한 번에 되는 일은 아니에요. 그래도 용자들이 편하게 와서 머물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하는 노력이라 애착이 가요.
*모두의 화장실: 성별 구분이 없고, 아기와 동행한 사람이나 휠체어 이용자 등 모두가 차별 없이 사용할 수 있는 화장실로, 칸마다 잠금장치와 세면대, 양변기를 갖추고 있다.
**레스 웨이스트(less waste): 환경 보호를 위해 불필요한 쓰레기 배출량을 줄이는 친환경적인 가치관이나 삶으로, 쓰레기를 전혀 만들지 않는 삶을 의미하는 제로 웨이스트(zero waste)보다 실천과 유지가 쉽다.
(코난) 환대 그리고 경험입니다. 티티섬에 새로운 용자가 왔을 때 손님을 맞이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주인이 집에 온 것처럼 대하는 것, 그리고 공간에 대한 긍정적 인식을 주는 것이 환대라고 생각해요. 또한, 티티섬을 경험을 주는 도서관으로 만들려고 노력해요. 지식의 격차는 좁히기 쉽지만, 경험의 격차는 좁히기 어렵다고 하잖아요. 경험의 격차를 좁히는 것이 공공 공간의 역할이에요. 용자들이 청소년기에 와서 누구나 뭔가를 경험할 수 있는 공간이 있고, 그것이 티티섬이 되길 바랍니다.
| 모두의 화장실, 비건 등의 개념이 낯설거나 거부감이 드는 용자도 있을 것 같아요. 용자들이 이러한 가치를 어떻게 받아들이나요?
(포포) 티티섬에는 이것만큼은 지키자는 선언이자 약속인 ‘매니페스토’가 있습니다. 매니페스토의 문구인 ‘우리는 모두 다른 생명체, 인정과 존중!’, ‘여긴 공짜 아니고 공공!’ 등은 실제로 티티섬 용자들이 생활하면서도 잘 쓰는 말이에요. 이러한 개념을 정확히 이해하고 공감하지는 않더라도, 다른 용자를 존중하는 것이 티티섬의 문화라는 것은 잘 공유되고 있어요.
(코난) 영자 일의 대부분이 용자와의 소통인데요. 어떤 갈등이 있더라도 대화를 통해 결국 풀린다는 믿음이 있어요. 오히려 용자가 더 열린 마음으로 있는 것을 보면서 ‘정신 차려. 애들은 잘하고 있다. 너만 잘하면 된다.’ 이런 반성을 많이 하곤 해요(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