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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5.29
경계 위의 삶, 국내 성장 이주배경청소년
의정부EXODUS 강슬기 활동가, 이주와 인권연구소 김사강 연구위원, 봉앤설이니셔티브 박송인 사무국장, 유엔난민기구 이탁건 법무담당관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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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유학·난민 등 다양한 배경의 이주민이 급증하면서, 국내에서 성장하는 외국 국적 아동과 청소년의 수도 빠르게 늘고 있습니다. 통계청 자료를 보면 2023년 기준 국내 체류 외국인이 250만 명을 넘어섰어요. 이 중 상당수가 가족을 이루고 자녀를 낳고 기르며 한국 사회에 뿌리를 내리고 있지만, 일부는 부모의 체류 자격에 종속되어 삶의 선택지가 크게 제한되거나, 아예 법적으로는 '존재하지 않는' 아이들이 되기도 합니다.

이들의 문제는 단순히 개별 가정의 불운이 아니라, 한국 사회가 이민사회로 전환하면서 언젠가는 풀어야 할 구조적 과제들을 한 발 앞서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어요. 지난 5월 20일 행복나눔재단에서 열린 20회차 SIT 컨퍼런스는 이러한 '경계 위의 삶'을 살아가는 국내 성장 이주배경청소년들의 현실을 정면으로 다뤘습니다. 현장 활동가, 법무 전문가, 연구자 및 민간 장학사업 운영자가 한자리에 모여 민간의 노력과 정책적 변화를 살펴보며 실질적인 해결방안과 우리 사회의 인식 전환 방향을 모색하는 시간이었어요.



컨퍼런스는 나몬, 야수미, 기프트 세 명의 이주배경 청소년이 직접 출연한 영상으로 문을 열었습니다. 이들의 증언은 통계나 정책 문서로는 담아낼 수 없는 생생한 현실을 보여줬어요.

"저는 제가 한국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한 적이 없어요. 여기서 평생 자라왔어도 외국인이네요." 한국에서 태어난 몽골 국적 나몬의 이 말은 정체성과 법적 지위 사이의 괴리를 단적으로 드러냅니다. 또 "꿈을 이루기 이전에 내가 이곳에 어떻게 계속 남을 수 있느냐가 우선"이라고도 했어요. 미래를 설계하기보다 현재의 존재 자체를 증명해야 하는 현실, 그것이 이들이 직면한 딜레마입니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것은 이들이 인터뷰에서 보여준 성숙함이었어요. 노숙 경험을 담담히 말하는 기프트, 부모와의 생이별을 각오하고 체류 자격을 신청하는 나몬과 야수미의 이야기를 들으며, 이들이 또래보다 훨씬 일찍 어른의 선택을 강요받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이번 컨퍼런스에는 이주배경 청소년 문제의 각기 다른 영역에서 활동하는 전문가들이 모였습니다.

첫 번째 발표자인 천주교 의정부교구 의정부 EXODUS의 강슬기 활동가는 2014년부터 이주배경 아동과 청소년의 생애주기를 따른 어려움을 현장에서 직접 해결해 온 당사자이자 실무자입니다. 자신 역시 필리핀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이주배경을 가져 이들의 고민을 누구보다 깊이 이해하고 있어요.

두 번째 발표자인 유엔난민기구 한국대표부의 이탁건 법무담당관은 난민과 미등록 이주민의 권리보장을 위해 법제적 한계 개선에 힘써온 전문가입니다. 특히 미등록 이주아동의 체류권을 인정받은 '페버' 사례를 직접 담당하며 이 분야의 법리적 토대를 구축해 왔어요.

토론에는 이주와 인권연구소의 김사강 연구위원이 진행을 맡았고, 이주배경 청소년 장학사업을 운영하는 봉앤설이니셔티브의 박송인 사무국장이 민간 영역의 실질적 경험을 공유했습니다.

현장에서 본 "우리지만 우리가 아닌 현실"

발표 중인 의정부EXODUS 강슬기 활동가 | ⓒ행복나눔재단

의정부 EXODUS의 강슬기 활동가는 2014년부터 이주배경 아동·청소년을 지원해 온 경험을 바탕으로 이들의 생애주기별 어려움을 구체적으로 설명했습니다. 자신 역시 필리핀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이주배경을 가진 당사자이기도 해요.

레아의 선택 - 가족해체를 감수한 교육 기회

미군 아버지와 필리핀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레아는 간호사의 꿈을 품고 있지만, 대학 진학을 위해서는 체류 자격이 필요합니다. 문제는 구제 대책 신청을 위해 어머니가 3천만 원의 범칙금을 내야 한다는 점이에요. 더욱 가혹한 것은 레아가 체류 자격을 얻으면 어머니는 한국을 떠나야 한다는 현실입니다. 구제 대책이 자녀가 미성년인 기간에만 부모의 체류를 허용하기 때문입니다.

블레싱의 패러독스 - 유학생이 된 한국 학생

한국에서 성장한 블레싱은 외국인 전형으로 대학에 진학했지만, 유학생 신분으로 분류되어 2천만 원의 잔고 증명을 해야 하고, 주당 20시간 아르바이트 제한, 휴학 금지 등의 제약을 받아요. 원래 꿈이었던 영화감독 대신 체류를 위해 사회학을 전공, 공부를 계속하기로 했다는 그의 이야기는 제도가 개인의 꿈과 재능을 어떻게 왜곡시키는지를 보여줍니다.

엘빈과 불안, 나몬의 현실적 선택

축구 선수를 꿈꾸던 엘빈은 졸업 후 프로팀 입단이라는 좁은 길을 통과하지 못할까 불안해하고 있습니다. 소속될 곳을 찾아야만 비자를 취득해 체류를 이어갈 수 있기 때문이지요. 나몬은 아예 "돈 많이 버는 일"을 목표로 삼았습니다. 자신을 한국인으로 정의하는 나몬은 한국에서 계속 살아가길 원하지만, 영주권 취득을 위해서는 연간 소득이 GNI의 2배(약 1억 원) 이상이어야 하기 때문이에요.

강슬기 활동가는 이들의 사례를 통해 말합니다. "이 친구들은 국적 하나로 저와 다른 삶의 경로를 걸어야 합니다. 하지만 한국의 공교육을 받고 자란 이들이 불안에 떨지 않고 용기와 의지를 갖고 삶을 개척할 수 있다면, 한국 사회에서 역할을 하는 인재로 성장할 수 있지 않을까요?" 결국 이는 ‘누구를 받아들이고 누구를 배제할 것인가’ 보다, ‘사회 통합과 인적 자원 활용의 문제’로 바라보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죠.


체류권, 시혜에서 권리로의 전환

유엔난민기구 한국대표부 이탁건 법무담당관의 발표 모습 | ⓒ행복나눔재단

유엔난민기구 한국 대표부의 이탁건 법무담당관은 정책 변화의 궤적과 법리적 근거를 중심으로 접근했습니다. 특히 자신이 직접 소송을 담당한 '페버' 사례를 통해 체류권의 법적 근거를 설명한 부분이 인상적이었어요.

페버 판결의 의미

나이지리아 국적이지만 한국에서 태어나 성장한 페버가 강제퇴거 명령을 받았을 때, 법원은 "대한민국에서 출생하여 현재까지 오직 대한민국만을 지역적, 사회적 터전으로 삼아 살아온 사람을 무작정 내쫓는 것은 문명국가의 헌법 정신에 어긋난다"고 판시했어요. 이는 단순히 인도적 배려를 넘어 체류권이 인권의 영역임을 인정한 판결이었습니다.

정책 변화의 성과와 한계

2021년 시작된 법무부의 구제 대책은 분명한 진전입니다. 한국에서 태어나 장기간 거주하며 국내 교육과정을 이수한 아동에게 체류 자격을 부여한다는 내용이에요. 2022년에는 한국에서 태어나지 않았더라도 어린 나이에 와서 6-7년 이상 거주하며 공교육을 받는 아동으로 대상 범위를 넓혔고, 2028년까지 연장 시행이 발표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근본적 한계는 여전합니다. 첫째, 한시적 정책이라는 점입니다. 3년마다 연장 여부를 두고 당사자들이 불안에 떨어야 하는 구조거든요. 둘째, 체류 자격을 얻은 후에도 유학-취업-거주-영주권으로 이어지는 각 단계마다 높은 장벽이 존재합니다. 한국에서 나고 자라 이미 한국 사회에 통합된 존재임에도, 새로 입국하는 여느 외국인과 같이 수많은 단계를 거치며 까다로운 조건들을 충족시켜 가야 하는 거죠. 셋째, 가족 단위의 접근이 부족해요. 자녀가 체류 자격을 얻으면 부모는 출국해야 하기에, 체류 자격 신청을 망설이게 되고 이후 홀로서기도 어려워지는 문제가 생기죠.

이탁건 법무담당관은 "이러한 권리를 법으로써 보장하는 것이 가장 시급한 과제"라고 강조했어요. 시혜적 정책의 대상이 아니라 권리의 주체로 인정받아야 한다는 것이죠. 실제로 지난 4월 UN 인종차별철폐위원회는 한국 정부에 "이주 가정에서 태어난 아동·청소년에게 재정적으로 지속 가능한 경로를 제공하여 체류 자격을 확보하게 하라"고 권고하기도 했습니다.

경계 위의 삶, 국내 성장 이주배경청소년 : 한국에서 자란 외국인 청소년의 삶과 우리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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