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ble Talk.
People
#
44
2023.12.28
수평적인 기술문화를 위한 실천
여성을 위한 열린 기술랩 전유진 대표 인터뷰
오늘의 키워드
#기술/과학
#창작/연구
#차별/불평등
오늘의 질문
누구를 위한 기술인가? 누구에게 열린 기술인가? 사회에서 정말 기술이 필요한 사람은 누구일까?
행사 안내
오늘의 키워드
#기술/과학
#창작/연구
#차별/불평등
오늘의 질문
당신이 생각하는 공공의 공간은 무엇인가요?
Table Talk - People 44호 섬네일. 여성을 위한 열린 기술랩 전유진 대표가 포근한 니트를 입고 정면을 응시하고 있다.

‘여성을 위한 열린 기술랩’은 메이커문화·미디어아트 등 기술을 활용하는 영역에 만연한 편향적이고 위계적인 문화에 대한 문제의식으로 2017년 출발했다. 전유진 대표는 기술과 예술이 결합한 워크숍과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기술 문화의 다양성과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실천을 이어오고 있다. 기술 격차는 어떻게 좁힐 수 있을까? 7년 이상 운영하며 느끼는 변화의 지점, 그럼에도 불구하고 변하지 않는 지점이 궁금했다.


People 코너 로고. 사회혁신가와의 인터뷰를 전하는 Table Talk - People

| ‘여성을 위한 열린 기술랩’을 만든 목적은?

기술, 기술 문화의 젠더 편향적인 흐름이 있다. 젠더뿐만이 아니다. 기술이 사회와 결부했을 때 누군가는 불편함, 불균형, 격차, 차별, 더 나아가 폭력성을 느낀다. 이 문제를 가시화해야 할 필요가 있었다. 운동하고 싸우는 방식보다는 모두가 고민하고 실천하는 장, 수평적인 기술 문화를 만들고 싶었다. 물론 저도 답을 알고 시작한 일은 아니다. 수평적인 기술 문화가 무엇인지 같이 고민하고 만들어보자는 측면에서 실천을 이어오고 있다.

| 기술 분야에서 여성이 직면하는 문제는 무엇인가? 현재도 유효한가?

전문 기술, 첨단 기술(하이테크놀로지) 분야의 여성 참여도는 여전히 매우 낮다. 물론 몇몇 이공계 전공의 여성 입학생/졸업생 수는 과거보다 늘었다. 그러나 취업 후 커리어를 지속하는 여성 종사자 비율은 여전히 낮다. 특히 기술 분야의 여성 관리자, 여성 임원은 현저하게 적다. 왜 기술 분야에서 유독 여성이 배제될까? 어린 시절의 고정된 성 역할 때문에 애초 기술에 흥미를 갖거나, 학습할 기회를 놓치지는 않았을까? 저만해도 어린 시절 또래의 동성 친구와 함께 전자회로를 제작하고, 프로그래밍 언어를 배우고, 컴퓨터 잡지를 읽고 같이 얘기한 경험이 없다. 여학생 사이에서는 기술이 또래 관심사/문화로 형성된 적이 없다. 문제는 이런 현상이 성인기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현장에서는 최신 기술이 계속 등장하는데, 여성은 상대적으로 이를 어렵게만 느낀다. 심리적인 장벽이 있다. 저는 컴퓨터공학, 컴퓨터 음악을 전공하고, 기술을 활용하는 분야의 일을 해왔다. 처음에는 나의 능력이 부족하여 기술을 잘 못 다룬다고 생각했다. 아니었다. 남성과 시작 지점이 달라서였다.


비단 여성만의 문제는 아니다. 기술 문화는 폐쇄적이고, 위계적이고, 시작하려는 사람을 계속 밀어낸다. 접근성을 고려하지 않는다. ‘여성을 위한 열린 기술랩’에서 ‘여성’의 의미는 ‘여성을 제외한 성’을 배제하겠다는 뜻이 아니다. 수평적, 포용적, 대안적인 방식으로서의 여성주의적 접근을 말한다. 다수의 활동이 모두에게 열려있다. 기술을 배우고 싶으나 어디서부터 시작해야할지 모르는 사람, 과거의 부정적 경험, 사회적 편견을 이유로 쉽게 시작하지 못했던 사람이 우리가 원하는 참여자다.

| 매년 주제를 다르게 설정한다. 그동안 다뤘던 주제와 문제의식은 무엇이었나?

기술의 변화 속도는 빠르고 유동적이다. 이 흐름에 발맞추기 위해서 매년 다른 주제를 선정한다. 올해는 ‘깃털처럼 가볍게’를 슬로건으로 거리의 제약, 계층화, 지역적 간극, 단절에 주목했다. 아무래도 첨단 기술은 대도시에 기회가 집중되어 있다. 이번에는 서울을 벗어나 지역에서 기술을 논의하는 장을 만들고자 노력했다. 매년 주제는 다르지만 ‘공동체성’ 이라는 공통 분모를 기반으로 한다. 공동체 내에서 해결해야 하는 사회문제가 있는데, 사회가 개인화되어가며 점점 더 이야기하고, 연결하기 어려워지고 있다.


기술 자체가 인간을 소외시키는 경우가 심화하고 있다. 블랙박스 현상이라고 얘기한다. 예컨대 PC를 직접 조립하여 구매하던 시절에는 많은 사람이 컴퓨터에 익숙했다. 지금은 전부 소형화되어서 분해해 볼 수도 없다. 기술이 고도화되면서 기술의 작동 방식을 알아야할 이유가 없어졌다. 기술의 소비 영역에만 머물게 되는 것이다. 어떤 면에서는 주체성의 상실이기도 하다. 다양한 관점, 주체적인 시각이 없다면 기술은 편향적으로 흐른다.

두 명의 사람이 마주본 채 한 손으로는 심장 모양의 전자기판회로를 들고, 다른 한 손으로는 맞은편 사람 손의 맥박을 느끼고 있는 손을 클로즈업 촬영한 사진
PCB 조립 워크숍 - HEARTBEAT 하트-빛 : 특별하게 디자인된 PCB(전자기판회로)에
간단한 전자부품을 조립하여 맥박을 빛으로 표현하는 만들기 워크숍. ⓒ여성을 위한 열린 기술랩


| 출판, 공연, 워크숍, 연구 모임, 전시 등 다양한 형식으로 활동한다. 이유는 무엇인가? 분산되지는 않는가?

예술적인 활동 방식을 표방한다. 예술적인 방식을 취했을 때 사람들이 쉽게 감응한다. 저는 예술을 광범위하게 정의한다. 질문을 나누고 답을 고민하는 장을 만드는 것도 예술적으로 진행할 수 있다. 프로젝트마다 어울리는 형식이 있다. 예컨대 지난주에 완료한 ‘신디사이저 클럽’과 같은 경우는 공연이 적합했다. 매년 ‘기술연구모임’을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모임은 과정과 결과의 흐름을 보여줘야 하니까 전시가 적합하다. ‘워크숍’의 경우 기술을 공유하거나 직접 활용하는 학습의 장이다. 워크숍 형태의 교육 프로그램을 다수 진행했다. 출판은 올 해 처음 시도했다. 기술 비평 잡지 펨텍톡(FEM TECH TALK)을 만들었다. 앞서 얘기한 공연, 워크숍, 연구 모임, 전시는 어떤 의미로는 소극적인 배포다. 참여자가 특정 공간에 방문하고, 시간을 할애해야 한다. 수용 인원도 한정적이다. 발행물의 무료 배포를 통해서 생각하지도 못했던 다양한 사람에게 이야기가 전달되었고, 담론을 나눌 수 있었다.

얇은 파란색 표지의 책 펨텍톡 2호 표지, 목차
펨텍톡(FEM TECH TALK) :  기술 문화를 다양한 관점에서 살펴보고
이를 현재의 이슈와 연결해 보는 기술 비평 진(Zine) ⓒ여성을 위한 열린 기술랩

| 가장 실패한 프로젝트는?

2017년 단체 설립 첫해의 시도를 꼽을 수 있다. 젠더와 기술을 연결하겠다는 의도로 관심 있는 기술 키워드를 몇 개 뽑아서 강연을 진행했다. 의도와는 다르게 대부분의 관객이 남성이었다. ‘여성을 위한 열린 기술랩’의 취지를 잘 드러낼 수 있는 기술 개념을 생각하여 키워드를 구성했는데, 참여자의 다수는 남성이었다. 내가 잘 모르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강연이라는 형식도 결국 기존의 답습이었다. 20~30대 여성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적은 수의 인원을 오래 만나야겠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기술연구모임’을 시작했다. 시작하며 제 나름의 규칙을 정했다. 최소 6개월 동안 10명 이하를 만난다는 것이다. 2018년부터 올해까지 지속하고 있다. 올해는 서울이 아닌 광주에서 처음으로 진행했다. ‘기술연구모임’을 통해서 기술에 흥미를 갖고 시작하는 사람, 분투하는 사람을 만나면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

| 남성 혹은 다른 견해를 가진 여성의 부정적 반응이나 저항을 경험한 적이 있나?

너무 많다. 초기에는 이런 단체가 왜 필요하냐고 따져 묻는 분들이 많았다. 여성을 위한 기술이 왜 필요하냐는 질문, 오픈 소스 기술도 많고, 유튜브에 잘 설명되어 있는데 이런 기술랩이 왜 필요하냐는 질문, 단체 이름에 여성을 넣는 것부터 이상하다는 둥. 처음부터 부정적으로 보는 사람이 있었고, 힘들 때가 많았다. 처음에는 많이 싸웠다. 지금은 예전보다 좋아졌다. 저도 여유가 생겼다. 나의 문제의식이 모두가 합의한 문제의식이 아닐 수도 있고, 다른 사람은 잘 모르는 문제일 수도 있다.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하고, 설득하는 방법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 어떻게 설득하나?

상대방이 잘 모르는 문제일 수 있다고 가정하고 포기하지 않고 대화를 잇는다. 예전에는 대화할 필요 없다고 생각했다(웃음). 지금은 피하지 않고 계속 대화를 시도한다.

수평적인 기술문화를 위한 실천
수평적인 기술문화를 위한 실천
수평적인 기술문화를 위한 실천
수평적인 기술문화를 위한 실천
수평적인 기술문화를 위한 실천
수평적인 기술문화를 위한 실천
No items found.
(재)행복나눔재단 SIT(Social Innovators Table)팀
서울시 용산구 장문로 60 (동빙고동) 02-333-3963
수신거부 Unsubscribe
URL 복사 완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