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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26
이주노동자의 손에 우리 밥상이 기대어 있다
우춘희 연구활동가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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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생각하는 공공의 공간은 무엇인가요?

미국 매사추세츠대 사회학 박사과정. 밥상이 차려지는 이면의 인권에 관해 관심이 있다. 저서 <깻잎 투쟁기>는 한국의 ‘농업’ 이주노동자의 문제를 캄보디아와 한국을 오가며 참여 관찰 방식으로 기록했다.


Q. '연구활동가'는 무엇인가.

A. 연구자는 사회 현상, 현상의 구조를 기록하고 분석한다. 연구활동가는 연구자의 업무 외 현장의 부조리함을 알리고, 담론을 형성하고, 행동을 취하는 일까지 확장한다. 연구 외에 현실 개선을 위해서 발언하고 참여하려고 노력한다.

Q. 이주노동자는 어떤 경로를 거쳐 한국에서 일하게 되나.

A. 제가 만났던 보파 씨를 예로 들겠다. 보파 씨는 캄보디아의 수도 프놈펜에서 약 100km 떨어진 시골 출신이다. 지역의 다수는 빈곤하며, 학력이 낮다. 보파 씨는 직업을 찾기 위해서 프놈펜으로 이주 후, 미용 기술을 배운다. 미용원에서는 숙식을 해결하면서 기술을 배울 수 있다. 반면 월급은 한화로 약 85,000원 수준으로 아주 적다. 이후 보파 씨는 봉제 공장으로 취업한다. 최저 월급 수준이다. 캄보디아 최저월급은 ‘21년 기준 약 192달러다(한화 24만 원). 생활하기 빠듯한 금액이기에 해외 취업을 계획하고, 고용허가제를 신청했다.

캄보디아 봉제공장 모습 ⓒ 우춘희

Q. 고용허가제는 무엇인가.

A. 정부는 아시아 16개국과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비전문취업(E-9) 비자의 형태로 국내 사업장을 중개한다. 제조업, 건설업, 농축산업, 어업, 서비스업에 한정하며, 최대 거주 기간은  4년 10개월이다. 1년에 1번 시험 응시가 가능하고, 합격해야 구직 자격이 생긴다. 한국어 능력 시험, 기능 시험, 건강검진, 인터뷰 녹화의 과정을 거친다. 사업주의 고용 확정 후 최종적으로 근로계약을 체결하며, 이후에도 의무 교육을 이수해야 한다. 대개 상대적으로 근무 환경이 좋은 제조업을 선호한다. 그래서 시험 합격 점수가 낮은 농축산업을 전략적으로 신청하기도 한다. 노동자 입장에서 많은 시간, 노력, 비용이 드는 과정이다.

Q. 외국인 노동자 때문에 내국인 일자리가 감소한다는 의견도 있다.

A. 사실이 아니다. 고용허가제는 내국인이 일하러 오지 않는 곳에 외국인이 일을 하도록 돕는 제도다. 사업주는 내국인 구인 노력이 의무화된다. 7~14일 정도의 채용 공고 후에도 내국인 지원자가 없을 때만 이주노동자 고용이 가능하다. 즉 고용허가제는 한국의 필요로 만든 제도이지 저개발국 노동자에게 시혜를 베풀기 위한 제도가 아니다.

Q. 왜 깻잎 농사에 주목했나.

A. 깻잎은 손에서 시작해서 손으로 끝나는 작물이라 노동 집약적이다. 1년 내내 재배가 가능하며 연중 내내 작업량이 일정하다. 고용허가제는 사업주가 노동자를 1년 내내 고용 유지해야 한다. 고용허가제의 조건과 딱 맞아떨어지는 작물이 바로 깻잎이다. 제가 농사를 참여했던 밀양의 경우 지역 인구 10만 명 중 캄보디아 여성 노동자만 800~900명이다. 고용허가제가 시작되면서 마을의 풍경이 바뀌었다. 기존에는 이웃 간 구두계약을 통해서 일손을 채웠다. 고용허가제 이후 농민은 근로계약을 체결한 사업주로 역할이 바뀐다. 깻잎이 고용허가제를 나타내는 상징적인 작물이라고 생각했다.

깻잎 농장 모습 ⓒ 우춘희

Q. 이주노동자의 열악한 환경이 왜 잘 드러나지 않는가.

A. 많은 제품이 이주노동자의 손에서 만들어진다. 마스크를 예로 들자. 코로나 초창기에 마스크가 부족할 시, 마스크 제조업체는 주말도 쉬지 않고 24시간 풀 가동됐다. 이때 부족한 내국인 일손을 대체한 것이 미등록 이주노동자다. 어찌 보면 K방역의 신화는 이주노동자의 보이지 않는 노동에 기대고 있다. 일본의 경우, 후쿠시마 원전 사고 지역의 방사성 물질 제거 작업에 베트남 노동자를 불법 투입하여 문제가 됐다. 주로 내국인이 기피하는 노동 환경에 이주노동자가 있다. 대도시에서는 이주노동자의 삶을 체감하기 힘들지만, 공업단지와 농촌지역은 이미 이주노동자로 북적인다. 밀양도 장날 저녁 시간에는 이주민으로 가득하다. 이 지역에 아시아 마트만 5곳이고, 캄보디아 식당만 3곳이다. 농촌의 택시 기사와 모텔 업종은 이주노동자가 먹여 살린다고 우스갯소리로 얘기한다. 이미 지역의 주요 소비 주체다.

정부는 ‘외국인 인력 수급 방안’이라고 표현한다. 고용허가제는 단기/순환적인 노동 상품의 관점에서 설계됐다. 이주노동자가 사회 구성원으로 어떻게 살고, 어떤 문제를 겪는 지는 무관심하다. 제도를 통해 발생한 문제점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않는다. 어차피 4년 10개월 후 귀국할 인력이니까 다른 사람으로 교체하면 된다는 식이다. 그러니 임금 체불, 성희롱, 성폭력이 빈번하고, 주거권, 건강권이 지켜지지 않는다. 저개발-아시아-외국인에 대한 인종차별적 시선도 여전하다.

Q. 이주노동자는 왜 피해에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않나.

A. 급여를 포기하고, 시간을 할애하여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기 힘들다. 농촌 지역의 경우 이주노동자가 마을이 아닌 외딴곳에 거주하는 점도 영향을 미친다. 혹여나 강제 출국을 당하지는 않을까 하는 불안에 스스로 자제하는 부분도 있다. 한국어 표현이 서툴고, 정보가 제한적이니 적극적으로 불이익에 대처하기도 힘들다.

이주노동자의 손에 우리 밥상이 기대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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