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사단법인 비투비의 이야기 기억하시나요? 모두가 베이비박스 필요성을 두고 논쟁을 벌이던 2013년, 대표님은 문제의 상류로 달려가 위기임신부모가 처한 상황을 먼저 살폈죠. 최근 출생미신고 아동 전수조사를 시작하며, 영아 유기, 낙태, 미혼모 등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다시 높아졌습니다. 2013년에 뜨거웠던 논쟁이 되풀이되는 2023년의 오늘, 우리는 이 문제에서 조금 더 상류로 가보려 합니다. 요즘 아이들은 어른에게 성에 대한 이야기를 편하게 할 수 있을까요? 국내 성문화와 성교육은 올바른 길로 나아가고 있을까요? 오늘은 올바른 성문화 정착을 꿈꾸는 성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바른생각’의 문을 두드렸습니다. 컨비니언스 브랜딩 & 마케팅본부 안성식 본부장 님의 이야기입니다.
| '바른생각' 브랜드를 시작한 취지는 무엇인가?
동창이었던 박경진 현 대표(진주햄 부사장)와 박서원 전 대표(前 두산그룹 오리콤 부사장)가 2013년쯤 사회적 이슈였던 낙태율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것이 시작이었다. 당시 한국은 OECD 회원국 중 낙태율 1위, 콘돔 사용률 최하위였다. 이런 현실에도 불구하고 모두가 성에 대한 이야기를 감췄다. 위험 부담이 크니 성 관련 비즈니스는 아무도 쉽게 도전하지 못했다. 콘돔은 구매하기 부끄러운 성인용품이 되어서는 안 된다. 서로를 보호하기 위해 필수적으로 사용해야 하는 올바른 의료기기로 인식되어야 한다. 바른생각 브랜드는 콘돔 사용 보편화로 낙태율 및 미혼모 감소에 기여하고, 국내 부정적 성 인식을 바꾸겠다는 취지로 시작되었다.
| 최근 리브랜딩 캠페인을 통해 브랜드 취지를 구체화했다. 리브랜딩을 한 이유는 무엇인가?
바른생각은 다양한 제품/콘텐츠/서비스 등을 제안하며 정체성을 형성했다. 그런데 오랫동안 콘돔 브랜드로 알려지다 보니 어떤 문화를 제시해도 오해를 받곤 했다. 기존 브랜드 인식을 넘어서야 하는 시점이었다. 이번 리브랜딩은 바른생각의 방향성에 대한 선언이다. 기존 목표는 국내 성 시장 양지화 및 부정적 성 인식 개선이었다면, 지금은 ‘올바른 성문화 정착’으로 이를 확장했다. ‘올바른 생각이 모여 문화가 되다’라는 리브랜딩 캠페인 슬로건처럼 함께 만들어가는 성문화를 추구한다. 국내 올바른 성문화 정착을 위해 판매 수익금의 10%로 성교육 콘텐츠 제작, 무료 상담실 운영, 제품 기부 등의 활동을 하고 있다.
| ‘알성달성’ 유튜브 채널을 운영한다. 성적 소구를 다루는 만큼 콘텐츠 기획에 유의사항이 있다면 어떤 것인가?
성이라는 건 개인마다 가치관이 다르다. 주관적 성향은 배제하고, 객관적 사회현상과 정확한 정보를 다루는 콘텐츠를 만든다. 솔직하되 누군가 불편하지 않도록 제작한다. 회사 내부에서도 20대 직원과 40대 직원의 생각이 다르다. 성별 및 세대의 입장에 대해 충분히 논의 후 내용을 구성한다. 우리도 매년 많은 콘텐츠를 만들며 왜곡된 시선을 갖고 있진 않은지 스스로 질문한다. 더 전문적인 콘텐츠를 제작하려 콘텐츠팀 직원들은 성심리상담사 자격증도 취득했다.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는 것이 최우선이다.
| 무료 상담실은 어떻게 운영되는가?
무료 상담실 운영은 고객 문의에서 시작되었다. 제품이 아닌 성 고민 문의가 이어졌다. 다들 물어볼 창구가 필요했던 것이다.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으로 ‘바른 꾸러기’ 커뮤니티를 모집해 3회차까지 진행했다. 진행해 보니 일정 인원만 모집해 운영하는 것보다 아예 누구나 질의응답 가능한 공간을 열어야겠다고 느꼈다. 그래서 플랫폼에 있는 커뮤니티 베타서비스를 이용해 무료 상담실 운영을 시작했다. 콘텐츠팀과 5년간 협업한 전문의가 재능기부로 참여하며 고객들의 고민에 답변한다. 유익하고 정확한 정보를 어떻게 효율적으로 전달할지 함께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 전문의들과 함께 도서 <알성달성 우리 아이 성교육>을 기획했다. 각 성장기에 맞는 성교육은 왜 중요한가?
“어렸을 때부터 제대로 가르쳐야 한다”, “성인도 아닌데 그런 걸 알아서 좋을 것 없다” 등 성교육에 대한 의견은 다양하다. 아이들은 성장하며 각 연령에 맞는 성교육을 받는데, 사전 지식 없이 그 정보를 접했을 때 혼란을 겪기도 하고, 부정적 성 인식을 갖기도 한다. 아이가 올바른 정보를 얻지 못하면 누가 알려주는 역할을 해야겠나? 어른들이 먼저 성을 제대로 이해하고 가르쳐야 한다. 그래서 올바른 성교육을 고민하는 분들을 돕는 취지로 사춘기 이전 조기 성교육을 강조하는 도서 <알성달성 우리 아이 성교육>을 기획했다.
| 시대에 맞는 올바른 성교육은 어떻게 이루어져야 하는가?
요즘 아이들은 디지털 기기와 미디어에 익숙하다. 부모님들이 아무리 숨겨도 아이들은 본다. 최근 2년 사이 유튜브, OTT 플랫폼, 심지어 공중파에서도 성과 관련된 내용이 나오고 있다. 조회수를 높이기 위해 주로 자극적인 내용이 노출되고 기사화된다. 전에는 너무 숨겨서 문제였는데, 지금은 부정확한 정보가 일반화되어 퍼지는 것이 문제다.
예를 들어 최근 다수 미디어에서 ‘자만추(자연스러운 만남 추구)라는 줄임말이 MZ세대 사이에서는 ‘자고 만남 추구’라는 의미로 쓰인다더라’하는 내용이 노출되었다. 실제로 MZ세대에서도 주류 문화가 아닌데도 불구하고, 보는 사람에 따라 ‘요즘은 이런 게 당연한 문화구나’하고 잘못 인식하는 일이 생긴다.
아직 국내 학교는 해외와 비교할 때 성교육을 깊게 하고 있지는 않다. 아이들이 제대로 된 성교육을 받지 못한 상태로 미디어를 통해 왜곡된 내용을 먼저 접하면 잘못된 성 인식을 가질 수 있다. 그 정보가 정확한지, 표현 방식이 적절한지, 아이가 직접 고민할 수 있도록 어른과 함께 시청하는 것이 필요하다. 올바른 성교육을 하려면 아이와 함께 성을 바라보며 편하게 성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한다.
| 8주년 캠페인 ‘요즘 연애, 요즘 관계’는 어떤 내용이었나?
8주년 캠페인 ‘요즘 연애, 요즘 관계’는 처음으로 바른생각을 콘돔이 아닌 소재로 소비자에게 알린 캠페인이다. 다양한 사람들이 성에 대한 생각을 편하게 말하는 인터뷰 콘텐츠다. 브랜드 인식 확장을 위한 캠페인이었기에 매출 상승이나 별다른 성과를 기대하지는 않았다. 그런데 캠페인 종료 이후 많은 외부업체에서 연락이 왔다. 이때 서울시와 협업해 연인 간 성적 의사소통을 도와주는 서비스 ‘성장, 톡’ 오픈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8주년 캠페인은 사회적으로 바른생각 브랜드 인식이 확장된 계기였다.
| 매년 발행하는 바른생각 리포트는 어떤 내용을 다루는가?
올해는 ‘섹스리스’ 주제로 발행되었다. “팀장님, 요즘에는 20대도 섹스리스가 많다는 것 아세요?” 20대 인턴이 뜻밖의 주제를 가지고 왔다. 왜 그럴까 싶어 온라인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성에 대한 제대로 된 이해나 연인간 충분한 대화 없이 성관계를 진행했다가 의견 차이로 안하게 되는 경우가 많았다. 결국 섹스리스는 성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상황에서 발생하는 현상이기도 했다. 매년 바른생각 리포트를 통해 성 관련 사회적 현상에 대한 분석을 풀어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