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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9.22
은둔을 스펙 삼아 은둔형 외톨이를 돕는 ‘안무서운회사’
안무서운회사 유승규 대표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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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규 대표는 자신의 은둔 경험을 바탕으로 은둔형 외톨이의 회복과 자립을 돕고 있다. 자신이 은둔 생활에서 벗어나는 데 도움을 준 ‘K2인터내셔널코리아’의 직원으로 활동하다 동료들과 ‘안무서운회사’를 설립했다. 은둔형 외톨이를 위한 피어 서포터즈 프로그램과 셰어하우스를 운영하고 있으며, 자신의 이야기를 공개해 은둔 청년에게 용기를 전하고 은둔 문제를 사회에 알리고자 노력 중이다.


Q. ‘안무서운회사’에 대한 간단 소개 부탁드린다.

A. ‘안무서운회사’는 은둔 상태에 놓인 사람들과 그 가족을 지원하는 회사이다. 은둔 경험자와 은둔 청년을 돕던 이 4명이 모여 올해 설립했다. 과거 은둔형 외톨이들이 자신의 경험을 담아 기획한 워크숍 형태의 피어 서포터즈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은둔 경험 당사자가 현재 은둔 중인 사람을 돕는 ‘은둔고수’ 양성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은둔고수들이 공동 거주하는 ‘안무서운하우스’(셰어하우스) 도 운영 중인데, 이를 통해 은둔 청년들이 사람 사이 관계와 생활 기술 등을 천천히 회복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은둔 당사자의 시선을 담은 컨텐츠를 제작하여 은둔 청년 문제를 알리고 인식을 개선하는 활동도 하고 있다.

Q. 은둔 청년 지원 활동을 시작하게 된 계기와 안무서운회사 설립 배경이 궁금하다.

A. 과거 약 5년 간의 은둔 생활을 했었는데, 상담도 받아보고 나름 노력을 했지만 다시 일어날 수 있을까를 확신할 수 없던 어렵고 힘든 시간이었다. 나와 같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찾고자 히키코모리가 주인공으로 나오는 영화를 찾아보기도 하고, 논문 검색에까지 이르렀다. 일본에는 은둔에 대한 지원과 연구가 활성화되어 있다는 걸 알고 한국에는 없을까 찾아보았다. 일본의 히키코모리 지원 단체 ‘K2인터내셔널’의 한국 지부를 알게 되었고 그 도움으로 빠르게 회복할 수 있었다.

이후 K2코리아와 함께 하며 나와 같은 경험을 하는 이들을 돕는 일을 했는데 3년 째 되는 해 문을 닫게 되었다. 2012년 한국에서 지원 사업을 시작한 이후 적자를 이어가다 코로나 직격탄에 운영이 어렵게 된 것이다. 함께 생활하고 일하던 모두에게 다시 시작할 수 있는 희망과 같은 곳이었는데, 나 또한 나를 인정해주고 내가 가진 것을 달란트로 봐주는 곳이 없어진다니 절망적이었다. K2코리아 직원 출신 두 명과 당시 당사자 멘토 육성 프로그램 '은둔고수' 참여자 및 운영자가 모여 그동안 쌓인 노하우로 자구책을 마련, ‘안무서운회사’ 창업으로 이어졌다.

Q. ‘은둔고수’, ‘안무서운회사’란 이름이 재미있는데, 네이밍의 배경이 궁금하다.

A. 우리가 하는 역할을 재미없게 말한다면 ‘피어 서포터즈(peer supporters)’나 ‘또래 활동가’ 정도가 될 것이다. 개인적으로 기존 학교나 군대에서 제공하던 유사 프로그램에 구미가 당긴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은둔 경험자들끼리 어떤 워딩이 가장 마음을 흔들 수 있을까를 고민하다 제갈량에 대한 삼고초려 컨셉이 떠올랐다. 대단한 능력자를 모셔오려면 최소한 세 번 정도는 찾아가야 하지 않나. 은둔은 은둔을 해본 자만이 제대로 이해하고 접근할 수 있다. 이것이야말로 특별한 스펙이 아닐까. 감춰야 할 과거가 아닌 누군가를 도울 수 있는 스펙. 자신의 은둔 스토리를 스펙 삼아 현재 은둔 상태에 있는 청년들에게 희망을 주고 한 발 내딛을 수 있도록 돕는 멘토가 되는 것이다. 이런 접근에서 ‘은둔고수’라 이름 지었다.

[‘안무서운회사’ 홈페이지 대문 문구]

실제 각 케이스 별로 그 사람만이 구할 수 있는 누군가가 존재하는 경우가 있는 것 같다. 유학생활 중 고립된 경우나 은둔으로 정신병원에 강제 입원 되거나 탈출해 본 예외적 케이스도 있는데, 같은 경험을 한 은둔고수가 이해와 공감을 바탕으로 가장 강력한 치유자가 되는 것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일 것이다. 물론 이를 위해 일정 수준의 사전 교육과 훈련이 필요하지만 말이다.

이렇게 삼고초려해서 은둔고수들을 모셔 오려면, 은둔의 특성 상 멋있어 보이거나 ‘있어 보이는’ 것의 반대급부 이미지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대단해보이기 보다는 뭔가 허술해 보이는, 그래서 무섭지 않고 안심하고 올 수 있게. ‘안무서운회사’ 이름은 그렇게 탄생했다.  

[‘안무서운회사’ 홈페이지 대문 문구]

Q. 은둔하게 되는 이유는 무엇인가?

A. 은둔형 외톨이는 통상적으로 6개월 이상 타인과 교류하지 않는 사람들을 말한다. 경쟁이 치열한 사회에서 은둔은 삶의 단계에서 한 번씩 나타날 수 있는 것 같다. 입시나 취업 준비, 경력 단절 등 불안한 시기에 자신의 어려움에 대해 가족이나 가까운 타인에게도 도움을 요청할 수 없는, 사적 지지 체계가 완전히 무너진 상태에서 시작이 된다. 대개 내면적으로 완벽주의적 성향이 있거나 내성적인 경우, 그리고 외부적으로 가정이나 학교에서 PTSD(외상후 스트레스장애)적 경험이 더해지거나 장기간 학습된 무기력이 있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병적인 가족 문화와 소통 단절로 소진되는 예도 있는데, 내 경우가 여기 해당한다.

어린 시절 표면적으로는 적극적이고 활발한 편이었지만 가부장적 색채가 짙은 가족 문화 속에 장손에 대한 기대와 요구, 불합리하고 불평등한 관계 구도, 부모에게 문제를 제기하거나 저항할 수 없는 분위기에 좌절과 무력감을 느꼈던 것 같다. 이와 달리 가정에서 장기간 방치되거나 거꾸로 부모의 과도한 관심과 보호로 인해 극단적 케이스가 나타나기도 한다. 이러한 다양한 배경으로 인해 내면의 의지가 사라지거나 도움을 요청할 대상이 없어진 상태에서 은둔이 발생, 지속하게 된다.

나의 경우도 집에서 한발자국도 나가지 않은 기간이 2년 가까이 있었다. 누군가가 나에게 연락을 주고, 내 마음을 알아주고 소통하는 느낌이 들 때 그나마 조금 회복이 되었는데 그럴 때는 6개월에 한 번 정도는 집 밖으로 나올 수 있었다. 나보다 훨씬 길게 10년 이상을 은둔 생활을 하는 사람도 있는데, 이들이 은둔고수가 된다면 더 진한 경험을 바탕으로 은둔 청년에게 큰 도움을 줄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Q. 은둔 청년과 그 가족이 겪는 가장 큰 어려움은 무엇인가?

A. 은둔은 생활의 모든 영역이 점진적으로 무너지는 형태로 나타난다. 집에서, 방에서 나오지 않을 뿐만 아니라, 씻지도 않고, 쓰레기도 산더미처럼 쌓이고, 밤낮이 뒤바뀌는 등 삶의 면면에 문제가 생긴다. 무기력이 원인이 되기도 하지만, 은둔과 함께 생기는 문제로 더 우울해지는 일이 반복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부모 및 가족과도 문제가 생긴다. 은둔 이전 가족 간 소통이 부재했거나, 부모가 문제를 제대로 파악하고 있지 못한 경우가 대부분이기에 은둔을 이해할 수도 받아들이기도 힘들다. 어디 가서 얘기도 못하고 부모의 대인관계도 점차 단절되고 울화와 화병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결과적으로 가족 모두의 삶이 피폐해지는 것이다.

은둔 관련 정확한 통계가 아직 없지만, 최대 51만명에 이른다는 추정도 있는데, 이들의 가족까지 생각하면 그 숫자는 엄청나다. 은둔이 사회문제로 논의되어야 하는 이유다. 우리나라와 유사한 일본의 경우, 80년대 히키코모리 출현 후 30년이 지나 이들이 현재 8050세대가 되었다. 80대 노모 사망 후 50대 자녀가 고독사한 뉴스가 심심치 않게 들려오고 있는데 1인 가구 증가와 함께 사각지대화의 위험성은 더 커지고 있다. 곧 우리 사회에 닥칠 위험일 수도 있다.

[은둔 시절 방 내부 모습]
은둔도 스펙이다. 은둔했던 경험으로 누군가를 도울 수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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