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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2.15
이런 극한 청소는 없었다, 저장 강박 재활 돕는 ‘클린어벤져스’
클린어벤져스 이준희 대표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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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생각하는 공공의 공간은 무엇인가요?

이준희 대표는 6년 전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청소업체 ㈜버틀러를 창업했다. 청소 일을 하며 우울과 무기력으로 방치된 ‘쓰레기 집’을 종종 마주했다. 고립되어 스스로의 힘으로 나오지 못하고 고통받는 이들에게 청소 서비스를 기부하고 새 출발을 돕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유튜브 채널 ‘클린어벤저스’로 이들의 이야기를 공유하며 40만 구독자들과 함께 응원하고 있다.


Q. '깨끗함의 끝, 클린어벤져스'에 대해 간단히 소개한다면.

A. ‘㈜버틀러’란 상호 아래, 이사∙입주 청소와 청소 창업교육, 청소 중개 App ‘마녀의빗자루’ 운영을 하고 있다. 청소 의뢰를 통해 우울과 저장 강박으로 고통받는 사람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되어 이들에 대한 후원을 시작했다. 한 달에 두 번, 사연 신청을 받아 쓰레기 집이 된 그들의 상처받은 공간을 청소해주며 재활을 돕고 있다. 이들의 사연을 알려 서로 위로와 응원을 주고 받을 수 있도록 ‘클린어벤져스’란 유튜브 채널도 운영하고 있다.

클린어벤져스 유튜브 채널 ⓒ 클린어벤져스

Q. 창업 계기와 '헬프미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된 배경이 궁금하다.

A. 보안업체에서 사무직으로 7년간 근무했지만 경제적으로나 커리어 면에서나 비전을 갖기 어려웠다. 2016년 퇴사 후, 동료와 함께 소자본 창업 업종을 찾다 지인을 통해 청소업체 벌이가 괜찮다는 이야기를 듣고 이거다 싶었다. 당시 청소업에도 O2O 서비스가 막 도입되던 시기, 청소 창업 교육을 받고 곧 이사∙입주∙특수 청소 전문 업체를 차렸다.


청소 서비스를 제공하며 각양각색 사람들의 사연을 접하게 됐다. 어느 날 자정 무렵 한 여성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는데, 와서 자신의 집을 청소해줄 수 있겠냐는 거였다. 다음날 가보니 난생 처음 보는 광경이 펼쳐졌다. 쓰레기가 어깨 높이까지 쌓여 있는 원룸 안에 피골이 상접한 20대 여성분이 고양이 한 마리와 함께 앉아 있었다. 서비스 의뢰라기보다, 제발 좀 여기서 꺼내 달라는 절박한 요청에 가까워 보였다. 일단 견적을 내고 11시간에 걸쳐 집을 치웠다. 완료 후 깨끗해진 방을 보고 난 의뢰인은 그저 주저 앉아 울었다. 누군가가 꺼내 주지 않으면 혼자서는 여기서 나오기 어렵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돈을 벌러 왔지만, 그보다는 누군가에게 도움을 준 느낌이었다.

[쓰레기 집 현장 모습]

이후에도 이런 비슷한 요청들이 속속 이어졌고, 특수 청소 의뢰가 한 달에 약 50여건에 이르렀다. 주로 2-30대 젊은 분들이 대부분이었고 우울과 무기력에서 빠져나오기 어려워 보였다. 관련해 찾아보니 ‘저장 강박’이란 이름으로 미국, 일본 등 선진국에서는 사회적으로도 주목받고 있는 병리적 문제였다. 반면, 당시 우리나라에는 이에 대한 인식이 없어 개인의 게으름 탓으로 치부할 뿐이었다.


어느 날 긴 사연과 함께 청소 요청을 해 온 다른 의뢰인의 스토리를 영상으로 올렸는데, 이를 계기로 ‘헬프미 프로젝트’가 시작되었다. 의뢰자가 사연을 통해 도움을 요청하면, 가서 청소해드리고 이야기를 나누며 재활을 돕는 것이다. 혼자서는 해결이 어려운 이런 어려움이 있음을 세상에 알리고자 과정을 영상으로 공유했고, 비슷한 문제를 안고 있는 사람들이 영상을 통해 희망을 갖고 사연을 보내오기 시작했다.

(Youtube) <헬프미 프로젝트> 시리즈 ⓒ 클린어벤져스

Q. '헬프미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만난 의뢰인들의 스토리가 다양한데 이 분들의 공통적 어려움은 무엇인가?

A. 사연을 듣다 보면 같이 화가 날 정도로 안타까운 경우가 많다. 가정 폭력, 왕따 경험, 성폭행 피해 등 다양한데, 공통적으로 사람한테 받은 상처로부터 회복하지 못하고 있었다. 동시에 경제적 여건이 어려운 분들이 많고, 일부 정신적 질환이 있어 병원에 다니는 분들도 있었다. 본인이 너무 힘들다보니, 인간관계를 다 끊어내 주위에 사람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현장에서 처음 마주했을 때는 마음의 문이 닫힌 상태이지만, 청소를 마치고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하면 어느 순간부터 봇물 터지듯 이야기가 흘러나온다. 털어 놓을 곳, 의지할 곳이 없었다는 반증이다. 스스로 회복하고 일어서려면 가족이나 친구처럼 의지하고 도움 받을 곳이 필요한데, 이야기를 들어보면 주변에 소통하고 교류하는 사람이 전무하다시피 했다.


신청자들 중에는 본인 게으름의 문제를 다른 핑계를 대며 요청하는 사례도 물론 있다. 그러나 전체의 30% 정도는 정말 타인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한 사람들이었다. 그 중 일부는 이야기가 오가는 과정에서 당사자가 포기하기는 경우도 있어, 최종적으로 실제 영상으로 이야기가 공유되는 사례는 전체의 약 10% 정도다.

Q. '인간 갱생 프로젝트'는 현재 시즌 2까지 진행이 되었는데,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나?

A. ‘헬프미 프로젝트’ 사연 신청자 중 27세의 청년이 있었다. 군대 부사관으로 복무하다 사회로 나온 후 적응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우울증과 대인 기피가 심해 보였다. 기초생활수급비로 무기력하게 생활하며 집안에도 쓰레기를 쌓아놓고 있었다. 사연 요청에 따라 청소 서비스를 마치고 돌아왔는데, 그 청년의 눈빛이 머리에서 떠나질 않았다. 그대로 두면 다시 쓰레기 집 속에 계속 숨어들어 있을 것 같았다. 세상에 다시 나올 수 있게 도울 방법을 멤버들과 의논해 불시에 찾아갔는데, 역시 다시 쓰레기 더미 속에 머물러 있었다. 우리와 함께 청소 일을 해보자고 제안했다. 중간에 못 견디고 그만두지 않을까 스스로 걱정하는 듯 했지만 고민 끝에 승낙했고, 그렇게 첫 프로젝트가 시작되었다.

(Youtube) <인간갱생 프로젝트> 시리즈 ⓒ 클린어벤져스

Q. '인간 갱생 프로젝트' 사례자의 빠른 변화가 놀랍다. 변화를 가능하게 한 힘이 어디에 있다고 보는가?

A. 함께 하는 사람, 그리고 작은 성취 경험, 이 두 가지가 아닐까 싶다. 두 명의 사례자들과 한 달여 동안 동고동락했다. 같이 밥을 먹고, 일을 배우고, 깨끗하게 이발도 하러 갔다. 형 동생처럼 지내며 생각보다 세상이 살만하다고 느낄 만한 이야기를 많이 나누었고, 때로는 단단해질 수 있도록 강하게 몰아붙이기도 했다.


사실 진행하며 어려운 점도 있었다. 감정 기복이 심해 스스로 컨트롤을 어려워하기도 했고, 청소 종료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 급한 상황임에도 잘 따라주지 않을 때는 솔직히 이해가 어렵기도 했다. 그러나 그 친구들이 사회적 약자라고 해서 특별히 봐주거나 더 참거나 하지는 않는다.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되는 행동은 알려주고, 다른 이와 똑같이 대했다.


다만 쉬운 일부터 하나씩 주고 기다려주며 단계적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기회를 주고자 했다. 현장에서 몸을 움직이고 땀 흘려 일하며 할 수 있다는 생각이 생기는 것이 보였다. 함께 일하고 생활하는 속에 조금씩 좋은 기억들과 작은 성취 경험들이 쌓여가며 변화가 시작된 것 같다.


만약 개인과 개인의 일대일 관계였다면, 좋은 의도로 시작한 일임에도 서로 실망하거나 상처가 생겨 중도에 포기하고 중단될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회사 동료들과 함께 팀으로 접근하니, 멤버들 간 서로 다른 성격과 장단점들이 모여 중화가 되고 상호 완충이 된 것 같다. 한 명이 답답해 하거나 힘들어하면 다른 멤버가 보완해주니, 그때 그때 상황에 맞게 여유를 가지고 대처하며 지속할 수 있었다.

이런 극한 청소는 없었다, 저장 강박 재활 돕는 ‘클린어벤져스’
이런 극한 청소는 없었다, 저장 강박 재활 돕는 ‘클린어벤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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