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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4
2026.09.10
혼자 사는 삶이라도 혼자 죽지는 않도록
스스로랩 송인주 대표
오늘의 키워드
#돌봄
#복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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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질문
아플 때 전화할 사람, 바로 떠오르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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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질문
당신이 생각하는 공공의 공간은 무엇인가요?

혼자 사는 삶은 이제 낯설지 않습니다. 자취방, 원룸, 혼밥, 혼술 같은 단어들이 익숙해진 지 오래고, 우리나라 가구의 셋 중 하나는 이미 1인 가구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혼자 사는 법’에 대해서는 꽤 많이 이야기하면서도, ‘혼자 죽는다는 것’에 대해서는 좀처럼 이야기하지 않습니다. 마치 그건 나와는 상관없는, 아주 먼 미래의, 혹은 다른 누군가의 일인 것처럼요. 하지만 지금 이 순간에도 누군가는 혼자 마지막을 맞고 있고, 그 사실은 한참 뒤에야 알려집니다.

이 죽음들을 오랜 시간 가장 가까이서 들여다본 사람이 있습니다. 통계에도, 정책에도 제대로 담기지 않았던 이 죽음의 얼굴들을, 자료 하나하나를 직접 붙잡고 확인해 온 사람입니다. 오늘은 그와 나눈 대화를 통해, 혼자 사는 삶이 혼자 죽는 죽음으로 이어지지 않으려면 지금 우리에게 무엇이 필요한지 함께 생각해보려 합니다.


12년의 연구, 하루의 결심


| 안녕하세요. 간단한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성북구에서 강아지 한 마리와 살고 있는 송인주입니다. 1인 가구의 구성원이고, 스스로랩이라는 연구소를 운영하고 있어요. 스스로랩은 1인 가구의 웰라이프와 웰다잉을 연구하고, 관련 서비스 모델을 한국형으로 개발하는 곳이에요. 여러 전문가와 협업하는 네트워크 구조도 갖추고 있고, 매달 4일에는 ‘카페 사담’이라는 모임을 열어요. 죽음에 대해 편하게 이야기하면서 차와 디저트를 나누는 자리죠. 매달 4일은 일부러 고른 날짜였어요. 죽음을 뜻하는 숫자 4를 피하지 않고 오히려 정면으로 가져온 거죠. 제가 얼마나 통쾌했는지 몰라요. 이 금기를 깼다는 마음에. 그렇게 스스로랩을 만든 지 1년이 조금 넘었고, 1인 연구소의 형태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 12년 가까이 몸담았던 직장을 그만두겠다고 결심한 그 순간, 어떤 감정이 드셨나요? 그리고 정말 얼마 지나지 않아 스스로랩을 차리셨다고 들었어요.

원래는 은퇴까지 다닐 생각이었어요. 서울시복지재단에 있으면서 고독사라는 큰 범주 안에서 연구를 해왔어요. 처음엔 고독사 자체를, 그다음엔 사회적 고립에 대한 대응 방안을, 이어서 관련 프로그램 개발과 사회적 고립의 원인 탐색까지. 어느 해에는 1인 가구의 생활시간 연구를 제안해서 고립된 사람들이 하루를 어떻게 보내는지도 들여다봤어요. 연구가 쌓여갈수록 다음에 대한 고민도 함께 쌓이곤 했었죠.

결정적인 계기는 어머니의 임종이었어요. 3남매 중 혼자 사는 저를 늘 걱정하시던 어머니가 돌아가셨는데, 빈소에서 문득 “이제 엄마, 내 걱정 안 하겠네”라는 생각이 들면서, 미안하지만 해방감이 느껴졌어요. 그 자리에서 “엄마, 나 직장 그만둘게. 엄마도 자유롭게 가시고, 나도 자유롭게 활동해 볼게” 하고 말씀드렸죠.

퇴사한 다음 날 바로 홈페이지를 열었어요. 예전엔 제 이름을 검색하면 서울시복지재단이 같이 나왔는데, 이제는 고독사를 검색하면 제가 뜨고, 제 이름을 검색하면 스스로랩이 뜨게 만들자고 마음먹었죠. 마침 그 시기에 고독사 연구를 담은 책 계약도 있었는데, 회사를 다니면서는 도저히 써지지 않던 원고를 퇴사 후 여름과 가을 내내 붙잡고 완성했어요. 《혼자 죽는 사회》를 다 썼을 때, 밀린 숙제를 끝낸 느낌이었어요.

고독사 연구를 담은 책 《혼자 죽는 사회》 | ⓒ김영사

| 대표님도 반려견과 함께 사는 1인 가구시잖아요. 1인 가구가 곧 고립은 아니지만, 연구자로서 바라보던 고립과 당사자로서 체감하는 1인 가구의 삶은 어떻게 다른가요?

제가 책에서 중장년 사례에 조금 더 초점을 맞춘 이유 중 하나가, 이분들이 저랑 비슷한 연배라는 거예요. 70년생, 71년생인 제 친구뻘 되는 사람들이 고립되다 죽는 걸 보면서, 비슷한 생애를 살아왔기 때문에 느끼는 공감대가 있어요. 동시에 잘못했으면 혹은 운이 안 좋았다면 나도 그때 그렇게 고립될 수 있었지라고 생각되는 인생의 순간들도 있고요.

제가 인터뷰하고 추적했던 분들 중 운이 따르지 않았던 분도 계셨고요, 사회의 변동성이 심해지는 가운데 조금 더 위험한 곳에 베팅을 한 분도 계셨어요. 저는 운 좋게 조금 더 좋은 선택지를 누리며 지금까지 살아남았고요. 그래서 그분들이 가진 삶의 궤적이 제 삶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봐요. 그게 저를 이 연구에 집중하게 만든 것 같아요.

통계도, 정의도 없던 죽음에 이름을 붙이다.

| 오랜 시간 방대한 기록을 검토하며 고독사를 연구해 오셨어요. 통계도 정의도 없던 죽음에 '고독사'라는 이름과 기준을 처음 세우는 작업, 어떻게 시작하셨나요?

기존의 고독사는 혼자 살다가 돌아가신 노인이라는 인상 속에서 언론이 반복해서 만든 이미지가 강했어요.  정책적으로 예방 사업까지 있었지만, 정작 법적·정책적 정의는 명확하지 않았죠. 그래서 집에서의 죽음을 잘 보여줄 수 있는 자료가 무엇인지 고민했어요. ‘변사자 자료’더라고요. 변사자 자료를 입수해서 읽기 시작했어요. 그 결과로 정리한 개념이 ‘홀로 살던 1인 가구가 질병이나 자살로 임종을 맞이하고, 일정 기간 이후에 발견되는 죽음’이에요. 제가 중요하게 본 고독사의 특성은 세 가지였어요. 관계망이 거의 없는 채로 혼자 사는 것, 홀로 임종기를 거쳤을 것, 사망 후 3일 이상 지나 발견된 죽음일 것.

핵심은 ‘단절’이에요. 사람들과 소통이 끊기고 찾아오는 사람이 없어서, 죽은 뒤에도 한참 발견되지 않는 상태요. 처음에는 1인 가구라는 조건에 방점이 있었지만, 지금은 이 단절이라는 상태에 훨씬 무게가 실려요. 지금은 관련 법에서도 ‘단절된 채 살던 사람’이라는 표현으로 이 개념이 어느 정도 반영돼 있어요.

| 사회적으로 가장 안정된 지위로 여겨지는 5060 중장년 남성이 오히려 고독사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는 사실이 낯설게 느껴집니다. 왜 이들이 가장 위험한 집단이 되는 걸까요?

자기 돌봄도 결국 관계의 역량이에요. 그런데 가부장 사회에서 자란 남성은 애초에 돌봄 역할을 배정받은 적이 없어요. “고추 떨어지니까 부엌에는 들어가지 말”라고 했던 사회니까요. 어머니에게 돌봄을 받다가 곧바로 아내에게 넘어가고, 스스로 돌봄을 해본 적이 없는 경우가 많아요. 돌봄을 제공하던 ‘그녀’가 없어지면 생활을 가꾸기 어려워지는 거죠. 사회에서는 가장 높은 자리를 차지했을 수는 있지만, 뒤집어 보면 돌봄 능력을 키우지 못한 가부장 사회의 희생양이기도 해요.

여기에 정체성 문제도 겹쳐요. 이들에게 자신은 곧 일이에요. 좋아하는 취미도, 존재감을 느끼는 다른 영역도 없이 오로지 일로만 자신을 증명하려고 하죠. 이게 지나치면 자기 학대에까지 이르러요. 직장을 잃었을 때도 비슷한 업종에서 계속 자신을 입증하려고 무리하고, 더 많은 빚을 지고, 더 위험한 시도를 반복하다가 더 깊은 문제에 빠지는 걸 많이 봤어요.

| 중장년 남성 고독사를 경제적 위험형, 사회적 역할 상실형, 자기방임형 이렇게 세 가지로 구분하셨는데, 실제로는 어떻게 얽혀있나요?

세 가지는 겹치기도 하고 순서대로 이어지기도 해요. 가장 비중이 큰 건 경제적 위험이에요. 위험이 닥친다고 모두가 고립되는 건 아니지만, 그걸 해결하려고 여러 번 시도하다 계속 실패하면 점점 고립돼요. 한 번, 두 번, 세 번 시도하다가 안 되면 서서히 고립되는 흐름이죠. 그러다 부양자 역할을 못 하게 되면 ‘떳떳하지 못하다’는 자기 인식으로 이어지고, 역할 상실까지 겹쳐요. 최근엔 조기 은퇴로 역할 상실이 먼저 오고, 그 위에 경제적 문제와 고립이 얹히는 경우도 있어요. 자기 방임은 이 과정에서 드러나는 태도고요.

가장 위험한 순간은 여기에 질병이 결합될 때예요. 고혈압이나 당뇨를 앓으면서 술을 많이 마셔서 간경화까지 오는 경우처럼요. 기억에 남는 사례로 희귀 난치성 질환인 다발성 통증 증후군을 앓았던 분이 계세요. 포클레인 기사로 일을 하셨는데, 다발성 통증 증후군을 앓으면서 완전히 고립되고, 역할도 상실하고, 경제적으로 무너지면서 상황이 바뀌었죠. 그분도 자신이 이런 질병에 걸릴 줄 모르고 서셨을 거예요. 질병은 예측하기 어려운 영역인데, 회복하기 힘든 병에 걸리면 제가 얘기했던 세 가지 유형을 한꺼번에 잠식하는 가장 영향력이 센 요소가 되는 거죠.

|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부장 이야기>를 인용하며 “누구나 실패할 수는 있지만 회복하는 과정이 중요하다”라고 하셨어요. 건강한 회복을 위해 개인적, 사회적으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요?

요즘은 평생직장이라는 개념이 없잖아요. 평균 49.5세에 주된 일자리에서 은퇴한다는 통계도 있죠. 그 이후에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사회적으로 모델이 없는 상태고요. 그래서 사회는 이들이 제 2, 제 3의 인생을 살 수 있게 기회를 줘야 해요. 국민취업지원제도 같은 프로그램이 있지만, 잘 활용하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의 격차가 커요. 정보와 심리적으로 취약한 사람들에게 정보와 심리적 지지를 함께 제공해 줄 누군가가 필요하고, 공동체나 지역사회가 이런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드라마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부장 이야기> 속 김 부장은 은퇴라는 고비를 겪지만 가족이라는 지지기반을 통해 극복해간다. | ⓒJTBC

개인적으로는, 일을 중심으로 삶을 디자인했던 사람일수록 위기가 왔을 때 더 큰 충격을 받아요. 그래서 저는 사람들에게 자신의 관계망을 '동심원'으로 한번 그려보라고 권해요. 내가 아플 때 도와줄 사람, 같이 영화 볼 사람, 생일잔치에 와줄 사람이 누구인지 떠올려보는 거예요. 이렇게 그려보면 의외로 '나는 직장에서 인정받는 사람인데, 막상 가족 외에는 아무도 없다'는 걸 깨닫는 순간이 옵니다. 그때부터가 노력해야 할 시점이에요. 관계망이 다양할수록 삶이 풍요로워지고, 한 가지가 무너져도 회복 탄력성이 빠르게 생기니까요.

| 주거 공간이나 익숙한 지역사회의 영향이 크다는 내용도 인상적이었어요. 공통적으로 발견된 주거 공간의 특징이 있을까요?

지역사회와 공간을 나누어서 볼 필요가 있는데요. 지방에서 서울로 온 1인 가구를 인터뷰하다 보면, 지역에 비슷한 수준의 일자리만 있었다면 익숙한 동네에서, 좋아하는 친구와 계속 함께 살고 싶었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어요. 정주할 수 있는 여건만 된다면 그건 고립 문제에 굉장히 중요한 해법이 돼요. 서로를 지지해 주는 관계망을 형성할 수 있으니까요. 지역을 이동한 분들은 아직 뿌리내리지 못했다는 느낌 때문에 외로움을 훨씬 크게 느끼더라고요.

그리고 도심으로 온 사람들은 취약한 주거 환경을 경험하는 경우도 많죠. 특히 목표를 위해 돈을 모아야 하는 사람일수록 옥탑, 반지하, 고시원 등 쾌적함과는 거리가 있는 곳에 살 확률이 높아요. 운 좋게 1.5룸 월세, 투룸 전세 등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사람도 있지만, 사기를 당하거나 갑자기 질병을 앓는 변수를 만나면 훨씬 쉽게 고립되고 위험해져요. 대도시 1인 가구의 주거 형태가 고립을 경험한 사람들의 삶을 어느 정도 설명해 줍니다.

고독사 연구 중 발견한 1인 가구의 우편함, 우편물이 쌓여 있다. | ⓒ송인주
혼자 사는 삶이라도 혼자 죽지는 않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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