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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6.25
세상을 바꾸는 시간을 15년간 쌓아 올린 콘텐츠 설계법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 구범준 대표PD 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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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생각하는 공공의 공간은 무엇인가요?

 

테이블토크 구독자 분들 중 '세바시'를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을 거예요. 수백만 회의 조회수, 카카오톡 단체방에서 주고받는 링크들이 이를 증명하죠. 그런데 세바시는 왜 좋을까요? 좋은 강연자를 섭외해서일까요, 편집을 잘해서일까요. 아니면 그냥, 세바시니까일까요. 같은 주제를 다룬 콘텐츠는 넘쳐나는데, 유독 세바시의 영상은 마음속 어딘가를 건드립니다. 강연이 끝나도 한동안 그 사람의 얼굴이 남습니다.

그 질문의 답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이 있다면, 15년간 그 무대를 직접 설계해 온 구범준 PD일 겁니다. 강연자를 발굴하고, 원고를 함께 다듬고, 무대 뒤에서 수천 편의 이야기가 탄생하는 순간을 지켜본 사람. 그가 오랫동안 경험한, 사회혁신 콘텐츠가 실제로 어떻게 작동하는지 그 원리를 풀어낸 글입니다. 좋은 콘텐츠를 만들고 싶지만 뭔가 아쉽다고 느끼는 분들께 특히 권합니다.


먼저 사람의 마음을 붙잡아야 한다.

10년 전의 일입니다. 세바시가 청소년 자살 예방 특집 강연회를 했던 적이 있습니다. 그날 강연회가 끝난 뒤, 한 고등학교 1학년 남학생이 제게 다가왔습니다. 손에는 작은 A4용지에 쓴 손편지 한 장을 들고 있었습니다. 삐뚤빼뚤한 글씨로 꾹꾹 눌러쓴 강연회 후기였습니다. 그 손편지 끝에는 이런 문장이 적혀 있었습니다.

“제 목숨을 건져주셔서 감사합니다. 저 한번 해볼게요. 파이팅!”

그 문장을 읽고 한동안 아무 말도 할 수 없었습니다. 더 잊히지 않는 것은 그 편지를 건네주던 학생의 얼굴이었습니다. 아주 환하게 웃고 있었습니다. 조금 전까지 죽음을 생각했을지도 모를 아이가, 이제 한번 살아보겠다는 마음으로 웃고 있었습니다. 그 얼굴 앞에서 저는 처음으로 조금 무서워졌습니다.

우리가 만드는 콘텐츠가 누군가의 마음속으로 이렇게 깊이 들어갈 수 있구나. 말 한마디, 강연 한 편, 영상 하나가 누군가의 인생을 붙잡는 손길이 될 수도 있구나. 세바시를 만들며 그런 순간을 여러 번 만났습니다. 유튜브 영상 아래에도 비슷한 댓글들이 달렸습니다. “오늘 죽지 않기로 했습니다.” “다시 살아보겠습니다.” “엄마에게 먼저 연락해 보려고요.” “상담을 받아보기로 했습니다.” “저만 힘든 줄 알았는데 아니었네요.” 짧은 댓글들이었지만, 그 문장들 앞에서 저는 자주 멈춰 섰습니다.

2011년 6월, 처음 시작된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의 초기 로고와 강연 모습 | ⓒ세상을바꾸는시간15분

처음 세바시를 시작할 때 저는 세상을 바꾸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이름도 크게 지었습니다.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 지금 생각하면 참 겁도 없었습니다. 15분짜리 강연 하나로 세상을 바꾸겠다니요. 새 프로그램을 만들던 당시의 저는 조금은 순진했고, 조금은 건방졌던 것 같습니다.

다만 진심만큼은 분명했습니다. 처음에는 세상을 바꾸려면 사람들의 생각을 바꿔야 한다고 믿었습니다. 더 좋은 지식, 더 새로운 관점, 더 용기 있는 메시지를 전하면 사람들의 생각이 달라지고, 생각이 달라지면 사회도 조금씩 달라질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변화와 혁신, 도전과 성장, 리더십과 창의성에 관한 강연을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15년 동안 강연을 만들며 알게 된 것이 있습니다. 사람은 생각만으로 움직이지 않습니다. 사람은 마음이 움직일 때 비로소 움직입니다. 아무리 옳은 말도 마음에 닿지 않으면 지나가는 정보가 됩니다. 아무리 중요한 사회문제도 내 이야기처럼 느껴지지 않으면 잠깐의 뉴스로 사라집니다. 반대로 한 사람의 구체적인 삶을 통해 문제를 다시 보게 될 때, 누군가의 고백 속에서 내 마음이 함께 흔들릴 때, 그리고 “나도 뭔가 해볼 수 있겠다”는 작은 용기가 생길 때 콘텐츠는 비로소 힘을 갖기 시작합니다. 저는 세바시를 만들며 이것을 배웠습니다.

콘텐츠의 힘은 사람의 마음을 붙잡는 데서 시작됩니다. 그리고 사회를 바꾸는 콘텐츠는 그 마음을 대화와 행동으로 이어지게 만드는 설계에서 완성됩니다. 이 글에서 제가 말하려는 ‘사회혁신 콘텐츠 설계법’은 거창한 이론이 아닙니다. 세바시를 만들며 강연자와 원고를 붙들고 씨름하고, 무대 뒤에서 긴장하는 사람들을 달래고, 편집실에서 한 문장을 살릴지 덜어낼지 고민하고, 강연이 끝난 뒤 청중의 얼굴과 댓글을 바라보며 조금씩 알게 된 경험의 정리입니다.

좋은 콘텐츠는 문제를 외치기 전에 사람을 보여줍니다.
좋은 콘텐츠는 감동에서 멈추지 않고 질문을 남깁니다.
좋은 콘텐츠는 혼자 보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와 말하고 싶게 만듭니다.

세상을 바꾸는 콘텐츠는 결국 사람의 마음이 움직이는 길을 설계하는 일입니다. 세바시가 지난 15년 동안 해온 일도, 앞으로 더 잘하고 싶은 일도 바로 그것입니다.

좋은 이야기는 감동이 아니라 구조로 만들어진다.

그렇다면 사람으로 시작한 이야기는 어떻게 사회적 메시지가 될 수 있을까요?

여기서 중요한 것은 ‘감동적인 사연’을 찾는 일이 아닙니다. 많은 사람들이 좋은 콘텐츠를 만들려면 특별한 사연, 눈물 나는 이야기, 극적인 반전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그런 이야기는 사람들의 관심을 끌 수 있습니다. 하지만 사연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사연은 사람을 멈춰 세울 수는 있지만, 생각을 바꾸고 행동으로 이어지게 하려면 그 안에 분명한 구조가 있어야 합니다. 세바시를 만들며 제가 가장 자주 했던 일은 강연자의 이야기를 듣는 일이었습니다. 처음 만난 강연자에게 저는 대개 이런 질문을 던졌습니다.

“어떤 이야기를 전하고 싶으세요?”

그러면 많은 분들이 자신의 인생을 아주 길게 들려주셨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 실패와 성공, 만난 사람들, 겪은 사건들, 중요했던 순간들까지. 그 모든 이야기가 소중했습니다. 하지만 세바시 무대는 15분입니다. 한 사람의 인생을 모두 담기에는 너무 짧습니다. 그래서 필요한 것은 선택입니다. 무엇을 덜어내고, 무엇을 남길 것인가. 어떤 장면에서 시작하고, 어떤 메시지로 도착할 것인가. 좋은 콘텐츠는 우연히 감동적이 되는 것이 아닙니다. 감동도 설계됩니다. 더 정확히 말하면, 감동은 메시지와 사례가 정확히 만날 때 생깁니다. 강연자가 겪은 어떤 사건이 있고, 그 사건을 통해 얻은 깨달음이 있으며, 그 깨달음이 듣는 사람의 삶에도 적용될 수 있을 때 이야기는 힘을 갖습니다.

세바시 강연을 만들 때 저는 보통 다섯 가지 흐름을 중요하게 봅니다. 먼저 관심을 끄는 오프닝이 있어야 합니다. 그 다음 이 이야기가 어디로 가는지 알려주는 아이디어가 필요합니다. 이어서 그 아이디어를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경험과 사례가 나와야 합니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이 모든 이야기가 결국 무엇을 말하려는 것인지, 핵심 메시지가 분명히 드러나야 합니다. 끝으로 청중의 마음에 남을 수 있는 클로징이 필요합니다.

이 구조는 강연에만 필요한 것이 아닙니다. 사회혁신 콘텐츠에도 그대로 적용됩니다.

사회문제를 다루는 콘텐츠가 실패하는 이유는 대개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정보만 있고 사람이 없는 경우입니다. 다른 하나는 사연만 있고 메시지가 없는 경우입니다. 전자는 건조합니다. 후자는 소비되고 끝납니다. 정보만 있으면 사람은 머리로만 이해하고, 사연만 있으면 잠시 마음이 아프다가 지나갑니다. 사회혁신 콘텐츠는 그 둘 사이에 다리를 놓아야 합니다. 사람의 이야기에서 출발하되, 사회적 메시지로 도착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어떤 콘텐츠가 청년 고립을 다룬다고 해보겠습니다. “청년 고립 인구가 늘고 있다”는 통계로 시작할 수 있습니다. 필요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멀게 느껴집니다. 반대로 한 청년이 방 안에 고립된 사연만 보여줄 수도 있습니다. 마음은 아프지만, 왜 이런 일이 반복되는지,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까지 나아가지 못할 수 있습니다.

좋은 설계는 이 둘을 연결합니다. 한 청년의 방에서 시작합니다. 며칠 동안 누구에게도 연락하지 못한 사람의 하루를 보여줍니다. 그러고 나서 묻습니다. 이 고립은 개인의 성격 때문일까, 아니면 관계를 잃어버리기 쉬운 사회 구조 때문일까. 일자리, 주거, 가족 관계, 실패를 허락하지 않는 문화는 이 고립과 어떻게 연결되어 있을까. 마지막에는 다시 독자에게 돌아옵니다. 내 주변에는 지금 연락을 기다리는 사람이 없는가. 내가 먼저 보낼 수 있는 아주 작은 안부는 무엇인가.

이렇게 갈 때, 콘텐츠는 문제를 설명하는 데서 끝나지 않습니다. 사람의 마음 안에 작은 행동의 자리를 만듭니다.

세바시에서 좋은 강연이 만들어지는 순간도 비슷했습니다. 강연자가 자신의 상처만 길게 말하면 청중은 함께 아파하지만, 거기서 멈춥니다. 반대로 메시지만 말하면 좋은 말처럼 들리지만, 마음에 오래 남지 않습니다. 그런데 자신의 구체적인 경험을 통해 한 가지 메시지에 도착할 때, 청중은 비로소 고개를 끄덕입니다.

“아, 저건 저 사람만의 이야기가 아니구나. 내 이야기이기도 하구나.”

이 순간이 중요합니다. 사회혁신 콘텐츠는 ‘불쌍한 누군가의 이야기’를 보여주는 일이 아닙니다. ‘나와 상관없는 사회문제’를 설명하는 일도 아닙니다. 가장 좋은 콘텐츠는 타인의 이야기를 듣다가 어느 순간 나의 질문으로 돌아오게 만듭니다. 그래서 저는 사회혁신 콘텐츠를 만들 때 세 가지 질문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첫째, 이 문제는 누구의 삶에서 가장 생생하게 드러나는가?
둘째, 그 사람의 이야기는 어떤 사회적 구조와 연결되어 있는가?
셋째, 이 이야기를 들은 사람은 자기 삶에서 무엇을 다시 생각하거나 시도할 수 있는가?

이 세 질문이 연결될 때 콘텐츠는 단순한 소개를 넘어섭니다. 그때 콘텐츠는 사회문제를 ‘알리는 도구’가 아니라, 사회적 감각을 깨우는 장치가 됩니다. 사람들은 그 이야기를 보고 나서 단순히 “좋은 콘텐츠였다”라고 말하지 않습니다. 누군가에게 연락하고, 대화를 시작하고, 후원하고, 참여하고, 혹은 자신의 태도를 조금 바꿉니다.

콘텐츠를 통한 사회혁신은 바로 그 작은 변화에서 시작됩니다. 큰 구호가 사람을 움직이는 것이 아닙니다. 잘 설계된 한 사람의 이야기가 사람을 움직입니다. 그리고 그 이야기가 사람들의 대화 속으로 들어갈 때, 사회는 조금씩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콘텐츠는 어떻게 사람을 움직였나

세바시에서도 그런 순간을 여러 번 만났습니다. 어떤 강연은 처음부터 거대한 사회문제를 말하지 않았습니다. 한 사람의 불안, 한 사람의 상처, 한 사람의 실패에서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이야기가 끝날 때쯤이면 청중은 자기 삶의 문제를 다시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자살예방과 트라우마를 다룬 강연들이 그랬습니다. 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가 무대에 올라 “죽고 싶다는 말 안에는 사실 살고 싶다는 마음도 함께 있다”라고 이야기했을 때, 그 강연은 단순한 의학 정보가 아니었습니다. 누군가의 절망을 어떻게 들어야 하는지, 우리가 주변 사람에게 어떤 말을 건네야 하는지에 관한 사회적 감각을 깨우는 시간이었습니다.

상실과 애도를 다룬 강연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이들에게 “이제 그만 잊으”라고 말하는 사회 속에서, 한 강연자는 충분히 슬퍼하고 충분히 이야기해야 비로소 치유가 시작된다고 말했습니다. 그 강연을 본 사람들은 단지 슬픔에 관한 지식을 얻은 것이 아니었습니다. 누군가의 슬픔을 재촉하지 않는 태도, 애도하는 사람 곁에 머무는 법을 배웠습니다.

세바시가 가장 자주 확인한 변화는 거창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오늘 엄마에게 전화했습니다.” “친구에게 미안하다고 말했습니다.” “상담을 받아보기로 했습니다.” “나만 힘든 줄 알았는데 조금 위로받았습니다.” 이런 작고 사적인 변화였습니다. 그런데 저는 바로 그 작은 변화들이 사회혁신의 가장 현실적인 출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작고 사적인 변화를 만들어 가는 세바시의 콘텐츠 | ⓒ세상을바꾸는시간15분

사회는 제도만으로 바뀌지 않습니다. 물론 제도는 중요합니다. 하지만 제도가 작동하려면 사람들의 인식과 감각이 먼저 움직여야 합니다. 누군가의 고통을 알아차리는 감각, 내 문제가 타인의 문제와 연결되어 있다는 감각, 내가 아주 작은 방식으로라도 참여할 수 있다는 감각. 콘텐츠는 그 감각을 깨우는 데 강력한 역할을 합니다.

세바시 바깥에서도 콘텐츠가 사회적 변화를 만든 사례는 많습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2014년 전 세계로 확산된 아이스 버킷 챌린지입니다. 루게릭병으로 알려진 ALS에 대한 인식과 기금을 모으기 위해 시작된 이 캠페인은 유명인과 일반인이 얼음물을 뒤집어쓰는 짧은 영상을 올리고 다음 사람을 지목하는 방식으로 퍼졌습니다. ALS Association은 이 캠페인을 통해 1억 1,500만 달러를 모았고, 그 기금은 연구와 환자 지원에 투입됐다고 밝혔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이 캠페인이 질병에 대한 긴 설명으로 시작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캠페인의 핵심은 ‘참여 가능한 행동’이었습니다. 얼음물을 뒤집어쓰는 행동은 단순했고, 조금 우스꽝스러웠고, 누구나 따라 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짧은 행동 뒤에는 “이 병을 아십니까?”라는 질문이 따라붙었습니다. 참여는 놀이처럼 낮아졌고, 메시지는 그 참여를 통해 넓게 퍼졌습니다. 이것이 콘텐츠의 힘입니다. 어려운 문제를 사람들이 들어올 수 있는 낮은 문턱으로 바꾸는 것. 사회문제를 ‘알아야 할 일’에서 ‘함께할 수 있는 일’로 바꾸는 것.

또 하나의 사례는 도브의 Real Beauty 캠페인입니다. 2004년에 시작된 이 캠페인은 획일적인 미의 기준에 문제를 제기하며, 전문 모델이나 과도하게 보정된 이미지 대신 실제 여성들의 얼굴과 몸을 보여주는 방식으로 큰 반향을 일으켰습니다. 이후 도브는 ‘진짜 여성’을 보여주고 디지털 왜곡을 최소화하겠다는 원칙을 꾸준히 이어왔고, 최근에는 여기에 더해 ‘AI로 생성한 이미지를 이용해 실제 여성을 대체하지 않겠’다는 방침까지 공개적으로 밝히고 있습니다.

이 캠페인이 의미 있었던 이유는 아름다움에 관한 사회적 기준을 추상적으로 비판하는 데 그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에게 물었습니다. “당신은 아름다움을 어떻게 정의하고 있습니까?” 그리고 사람들이 매일 마주하는 광고 이미지, 거울 앞의 불안, 비교의 감정을 건드렸습니다. 그러자 미의 기준이라는 사회문화적 문제가 한 사람의 자기 인식 문제로 내려왔습니다. 콘텐츠는 그렇게 작동합니다. 사회의 기준을 개인의 감각으로 번역하고, 개인의 감각을 다시 사회적 질문으로 확장합니다.

도브의 Real Beauty 캠페인 | ⓒUnilever

Humans of New York도 빼놓기 어렵습니다. 브랜던 스탠턴이 뉴욕 거리에서 만난 사람들의 사진과 짧은 이야기를 올리기 시작한 이 프로젝트는, 어느 순간 단순한 포토블로그를 넘어 사회적 연대의 플랫폼이 되었습니다. 2015년에는 브루클린의 한 학교 교장과 학생의 이야기가 큰 반응을 얻으며 장학금 모금으로 이어졌고, 보도에 따르면 100만 달러를 넘는 금액이 장학금 기금으로 쓰이게 됐습니다.

여기서도 핵심은 거대한 주장보다 한 사람의 얼굴이었습니다. 사람들은 ‘교육 격차’라는 말보다 한 아이의 눈빛, 한 교장의 문장, 한 학교의 절실함에 먼저 반응했습니다. 그리고 그 이야기가 충분히 구체적이었기 때문에 사람들은 후원이라는 행동으로 움직일 수 있었습니다.

이 사례들의 공통점은 분명합니다.

첫째, 문제를 사람의 얼굴로 보여줍니다.
둘째, 감정을 일으키되, 감정에만 머물게 하지 않습니다.
셋째, 참여의 문턱을 낮춥니다.
넷째, 콘텐츠를 본 사람이 누군가와 이야기하고 싶게 만듭니다.

사회혁신 콘텐츠는 여기서 힘을 얻습니다. 사람들은 문제의 전체 구조를 한 번에 이해해서 움직이는 것이 아닙니다. 먼저 한 사람의 이야기에 마음이 닿고, 그 마음이 질문을 만들고, 질문이 대화를 만들고, 대화가 행동으로 이어집니다.

세바시가 15년 동안 시도해 온 것도 결국 같은 일이었습니다. 한 사람의 경험을 통해 사회의 문제를 다시 보게 하고, 좋은 말을 전달하는 데서 멈추지 않고, 누군가의 하루에 작은 변화를 만들어내는 것. 그래서 저는 콘텐츠를 사회혁신의 ‘촉매’라고 생각합니다. 촉매는 스스로 모든 변화를 완성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변화가 일어날 수 있는 조건을 만듭니다. 콘텐츠도 그렇습니다. 콘텐츠 하나가 세상을 단번에 바꾸지는 못합니다. 그러나 한 사람의 마음이 움직일 수 있는 조건을 만들 수는 있습니다.

그 마음이 다른 사람과의 대화로 이어질 때, 콘텐츠는 비로소 사회적 힘을 갖습니다.

감동에서 끝나지 않으려면 대화로 이어져야 한다.

하지만 여기서 하나 더 중요한 질문이 남습니다.

좋은 콘텐츠를 본 사람은 정말 바뀔까요?

솔직히 말하면, 늘 그렇지는 않습니다. 감동은 빠르게 사라집니다. 영상을 보는 순간에는 눈물이 나고, 마음이 뜨거워지고,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몇 시간만 지나도 일상은 다시 우리를 덮칩니다. 알림은 쏟아지고, 업무는 밀려오고, 감동은 피드 아래로 사라집니다.

이것이 콘텐츠의 한계입니다. 콘텐츠는 강한 순간을 만들 수 있지만, 그 순간이 삶의 변화로 이어지려면 다른 장치가 필요합니다. 저는 그것이 ‘대화’라고 생각합니다.

사람은 혼자 감동받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오래 바뀌려면 누군가와 말해야 합니다. 내가 무엇을 느꼈는지, 왜 그 장면에서 마음이 흔들렸는지, 내 삶에서는 무엇을 다르게 해보고 싶은지 말로 꺼내야 합니다. 말하는 순간 감동은 생각이 되고, 생각은 태도가 되고, 태도는 행동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얻습니다.

세바시 강연을 오래 만들면서 가장 아쉬웠던 지점도 여기에 있었습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영상을 봤습니다. 좋아요를 누르고, 댓글을 남기고, 공유했습니다. 물론 그것만으로도 의미 있는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어느 순간 질문이 생겼습니다.

세상을 바꾸는 시간을 15년간 쌓아 올린 콘텐츠 설계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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