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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2.26
필연적 혼자의 시대를 항해하는 법
서울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김수영 교수 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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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생각하는 공공의 공간은 무엇인가요?

 

넷플릭스 오리지널시리즈〈무브 투 헤븐: 나는 유품정리사입니다〉에는 이런 장면이 반복됩니다. 아무도 찾지 않는 방, 그 안에 남겨진 물건들을 하나씩 들어 올리다 보면 고독사한 그 사람이 얼마나 성실하게, 얼마나 조용히, 얼마나 자기 나름의 방식으로 살아왔는지가 드러납니다. 드라마는 묻습니다. 혼자 살다 혼자 떠난 삶은 과연 '실패한 삶'인가요? 2025년, 한국의 1인가구는 전체의 40%에 달하죠. 이제 '혼자 사는 삶'은 예외가 아니라 우리 사회의 가장 보편적인 풍경이 되었습니다.

이번 호에서는 『필연적 혼자의 시대』의 저자인 김수영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가 6년간 109명의 비혼 1인가구를 만나며 완성한 '지도'를 소개합니다. '무능한 싱글'도 '화려한 솔로'도 아닌, 각자의 방식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모으다 보니, 우리가 당연하게 여겨온 것들이 흔들리기 시작했습니다. 혼자 사는 것은 정말 이기적인 선택일까요? 어쩌면 1인가구의 시대는 우리 사회에 필연적으로 다가올 모습은 아닐까요?


 

결혼하지 않는 2030세대

학생과 선생으로 대학에서 30년 가까이의 세월을 보냈다. 학부와 대학원생 대부분이 2030세대이니 청년의 라이프스타일이 변해가는 과정을 고스란히 지켜본 셈이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결혼에 대한 태도다. 10년 전까지만 해도 졸업 후 얼마 지나 결혼 소식을 알려오는 제자들이 꽤 있었다. 그런데 최근에는 30대 후반을 훌쩍 넘기거나, 아예 비혼을 선언하는 제자들이 부쩍 늘었다.

이는 통계도 보여주는 현상이다. 2024년 통계청(현 국가데이터처)의 조사 결과를 보면, 현재 20대의 95.2%, 30대의 51.3%가 비혼으로 살고 있다. 평균 초혼 연령도 1990년 남성 27.8세, 여성 24.8세에서 2024년 남성 34세, 여성 32세로 6세 이상 높아졌다.

싱글의 삶에 대한 인식도 몰라보게 달라졌다. 2010년대 초에는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한 3포세대라는 말이 유행했다. 결혼하고 싶지만 못한다는 ‘미혼’이 기본 정서값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비혼’이 더 통용되는 단어다. 노총각, 노처녀라는 표현은 사라진 지 오래이고, 그 자리를 자유로운 솔로라는 새로운 이미지가 채워가고 있다. 지금의 청년들은 ‘언젠가 결혼을 하겠지’라는 막연한 생각보다 ‘앞으로 결혼을 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전망 속에 미래를 준비한다.

[ 한국에서 1인가구는 1970년대 3%대에서 2025년 약 40%대로 10배 이상 급증했다. ]

[ 1인가구는 더 이상 ‘독거노인’의 가구형태가 아니다. 모든 연령대에서 고르게 존재하는 가구유형이다. ]

지도 없는 항해

그런데 안타깝게도 솔로들에게는 다음 시대를 항해할 때 필요한 지도가 없다. 기혼자의 삶에는 결혼, 출산, 양육, 자녀 독립과 같은 대략의 생애주기 매뉴얼이 있다. 지도가 있으니, 다음 단계를 준비할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2030 비혼 청년들은 4050, 6070 비혼자들을 만나본 경험이 거의 없다. 롤모델도 없고 참고할 선례도 없으니 앞을 내다보기가 어렵다. 그래서 지금의 조건이 계속될 것처럼 살아간다. 지도가 없으니 그럴 수밖에 없다.

나는 솔로라이프의 공동의 서사를 만들고 싶었다. 지난 6년 간 Alone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성별, 연령, 직업, 소득이 다른 비혼 1인가구 109명을 만나며 혼자의 삶의 조각들을 수집했다. 김정호의 대동여지도까지는 아니지만, 각자의 사연, 선택. 일상이 하나둘 모이자 거대한 서사적 지층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실제 관측으로 완성된 세계지도는 상상으로 그린 지도와 상당히 다르듯이, 1인가구들을 직접 만나 완성된 지도는 익히 알려진 ‘무능한 싱글’이나 ‘화려한 솔로’라는 이미지와는 다소 거리가 있었다.

[ 이미 1인가구는 한국에서 가장 전형적인 가구유형이다. 부부+자녀로 이루어진 4인가구는 보편가구의 지위를 잃은지 오래다. 그러나 객관적으로 규모가 크다고 해서 사회적 다수집단이 되는 것은 아니다. 여전히 1인가구는 부연 설명과 변명이 필요한 사회적 소수집단에 머물러 있다. ]

이기적이라는 오해

첫 번째 오해는 싱글들은 출산·양육처럼 가족의 책임을 떠맡기 싫어 결혼을 하지 않는 이기적인 사람이라는 시선이다. 물론 이들은 기혼자처럼 출산과 양육을 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가족구성원으로서의 역할을 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인 경우가 많았다. 비혼자들은 결혼을 하면서 새롭게 꾸린 핵가족이 없기 때문에 원가족에 더 헌신한다. 핵가족을 이루면 자녀 교육과 양육에 더 힘을 쏟게 되지만, 비혼자들은 직계비속에 대한 의무가 없어 원가족에게 상당한 노력과 관심을 기울인다.

널리 알려진 트렌드는 ‘조카바보’ 현상이다. 2016년 결혼정보회사 가연이 비혼 직장인 329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에서 응답자의 46%가 자신이 조카바보라고 답했다. 이들은 키즈산업의 큰손이라고 불릴 만큼 조카를 위한 물심양면의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그런데 내가 연구하면서 주목한 현상은 따로 있다. 바로 비혼 자녀들이 노쇠한 부모의 주된 돌봄자가 되는 경향이다. 한국보다 앞서 고령화와 탈가족화를 경험한 일본에서는 이미 흔한 광경이다. 일본 가족 연구를 해온 인류학자 지은숙 교수는 남녀 성별 분업이 여전한 일본에서도 최근 비혼자가 증가하면서 비혼 여성 외에 남성들도 부모를 부양하고 간병하는 역할을 전담하게 되는 모습을 관찰했다. 이는 문학 작품의 소재로 등장하기도 한다. 마쓰우라 신야의 논픽션 에세이 『엄마, 미안해』는 50대 독신남이 혼자 어머니를 간병하면서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담고 있다.

이 현상은 한국에서도 머지않아 본격화될 것이다. 실제 연구를 하며 만난 한국의 4050대 비혼들도 30대까지는 결혼하지 않은 자신이 부모의 걱정거리였지만, “부모가 아프기 시작하면서 결혼 안 한 자식만큼 효녀·효자 노릇하는 자식은 없다”라는 말을 자주 하곤 했다. 이는 부모와 함께 사는 비혼자들에게도 적용된다. 우리 사회는 이들을 독립하지 못한 의존적 세대라는 뜻에서 ‘캥거루족’이라 불러왔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부모에게 의존한다고 여겨졌던 바로 그 자녀들이 이제는 부모가 가장 의지하는 존재가 되는 셈이다.

사회에 도움이 안 된다는 오해

두 번째 오해는 솔로들이 한국의 성장과 발전을 저해할 것이라는 비판이다. 그간 노동 집약적 산업으로 경제성장을 이루었고 세수의 주된 원천이 근로소득인 기존 흐름에서 보면, 출산을 통해 미래 노동력을 재생산하지 않는 솔로들은 국가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존재로 비칠 수 있다. 그러나 AI와 휴머노이드 로봇이 산업 현장에 대거 투입될 미래에도 저출생이 지금과 동일한 위협이 될지는 의문이다.

미래에 대한 예측을 접어두더라도, 현재 1인가구 직장인들은 후기 산업사회의 노동시장에 가장 최적화된 존재들이다. 산업구조와 가구유형의 관계를 짚어보면 이 점이 선명해진다. 농경사회에서는 함께 농사를 짓기 위해 대가족을 이루었고, 제조업 중심의 전기 산업사회에서는 공장이 있는 도시로 이동하기 편한 핵가족이 전형적 가구유형이었다. 그러나 후기 산업사회에서는 금융, IT, 문화예술, 미디어 산업 같은 서비스업 중심의 후기 산업사회에서는 계약직·파트타임·프리랜서·성과연봉제로 노동시장이 유연해졌다. 지방이든 해외로든, 밤이든 낮이든 자업무에 쉽게 투입되거나 해고해도 큰 부담이 없는 싱글이 유동하는 노동시장에 최적화된 가구유형으로 부상했다. 부모 세대가 불효자라서 대가족을 떠나 핵가족을 이룬 것이 아니듯, 청년 세대도 뼛속까지 개인적이라 핵가족을 떠나 혼자 사는 것이 아니다.

물론 현대사회의 개인화 현상은 부정할 수 없는 흐름이다. 그런데 겉보기에 문제시되는 개인주의 문화는 후기 산업사회의 핵심 동력이기도 하다. 농업사회의 주된 생산물인 ‘쌀’은 그 품종이 다양하지 않고, 농부의 개성에 크게 좌우되지 않는 상품이다. 제조업 시대의 주요 상품인 ‘자동차’ 역시 소품종 대량생산으로 만들어진다. 조립라인에서 집단적으로 일하는 노동자에게는 근면함이 중요했지, 개인의 취향은 그리 중요하지 않았다. 그러나 콘텐츠를 소비하고 생산하는 후기 산업사회에서는 개인의 정체성 자체가 주된 원료가 된다. 기능적으로 아무 문제없는 스마트폰도 유행이 지나면 교체해야 하고, 소비자 취향에 맞춰 다채로운 콘텐츠를 끊임없이 생산해야 한다. 엔터테인먼트 산업에서는 개인의 개성이 핵심 자원이고, 금융과 IT업계에서는 개인의 성취가 곧 보상의 기준이다. 교육 시스템마저 어릴 때부터 적성, 흥미, 개성, 성향을 끊임없이 파악하고 진단하며, 그것을 직업과 연결시킨다. 자신의 취향이나 적성보다는 그저 생계를 위해 주어진 일을 했던 부모와 조부모 세대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시대를 산다.

이런 사회구조의 흐름 속에서 싱글라이프는 후기 자본주의 산업사회의 필연적 귀결이 되었다. 현대인은 내일의 노동자를 재생산하는 대신, 에너지를 풀가동하여 오늘의 노동현장에 자신을 갈아 넣는 삶을 산다. 특히 싱글 직장인들은 학군을 따라 이동하기도 하는 기혼 직장인들과 달리 이른바 ‘직주근접’, 직장에서 가까운 오피스텔과 원룸에서 생활한다. 실제 통계청과 SK텔레콤의 712만 명의 통근자 빅데이터를 병합해 분석한 결과, 기혼자보다 비혼자가 직장에서 1km 더 가까운 곳에 살았다. 이들은 경제성장에 기여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몸을 가볍게 해서 유연화된 노동시장에 맞추는 방식으로 기여하고 있는 것이다.

필연적 혼자의 시대를 항해하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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