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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우리의 관계를 돌봄이라 부를 때 - 영케어러와 나누는 돌봄 이야기🤗
다섯 명의 돌봄 토크 대담자가 정면을 응시하며 웃고 있다.

지난 2월 29일, 한겨레 출판과 함께 돌봄 토크를 진행했습니다. 작년 상반기 <영케어러와 돌봄의 위기> 컨퍼런스에서 강연해주셨던 조기현 작가의 신간 『우리의 관계를 돌봄이라 부를 때』를 소재로 북토크를 진행하고, 영케어러 멘토 세 분과 함께 돌봄에 대한 경험과 생각을 나눴습니다. 현장에서 나눴던 깊이 있는 이야기를 요약해 전해드려요.


서로를 마주보며 돌봄 토크를 진행 중인 조기현, 홍종원, 오현아, 최문영, 한선혜.

돌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시간, 왜 마련했을까요?

크게 두 가지로 나눠볼 수 있어요.

1) “영케어러의 돌봄은 고여 있고 멈춰 있는 시간”이라는 인식을 바꾸고

2) 돌봄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확산하기 위해서

였습니다.

과거에는 영케어러 당사자였고, 현재는 아동·청소년 영케어러 멘토링에 참여 중인 한선혜, 최문영, 오현아 님의 경험과 생각을 나눴습니다.

검은색 재킷을 입은 중단발의 오현아가 마이크를 쥔 채 발언하고 있다.

꿈을 포기하고 고립될 수밖에 없는 청년들

영케어러는 과중한 돌봄 부담에 직면합니다. 가족을 돌보기 위해 본인의 삶을 포기해야 하는 극단적인 상황에 놓이기도 하죠. 이는 사회적 고립으로도 이어지는데요.

돌봄이 필요하신 분이 가정에 있을 경우, 돌보는 사람의 고용 상태는 불안정한 상황에 놓입니다. 파트타임이나 재택 등 고용 형태의 전환이 불가피하니까요. 그래서 돌봄 행위는 현대 사회에서 노동 생산성을 잃는 가장 빠른 길로 여겨지고 있어요. 하지만 이와 관련된 정책적 지원은 미비한 상태죠.

또, 돌봄 관련 서비스를 지원받기 위해서는 나의 고통과 불행을 지속적으로 증명해야 하는 어려움을 갖고 있다고 해요. 특히 청소년기의 경우, 이 과정에서 자괴감과 수치심 등 심리적 문제에 직면하기도 하죠. 하지만 이건 본인의 선택도, 의지도, 잘못도 아니에요. 돌봄이 필요한 가족 구성원이 있다는 것을 마땅찮게 여기는 사회적 인식의 문제입니다. 따라서 일시적이고 단기적인 심리 상담 제도보다 지속성 있는 해결 방안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죠.

우리 모두는 돌봄의 주체이자 대상

우리가 쉽게 접하는 유튜브나 TV 광고에서는 할머니를 홀로 돌보며 배고픔을 표현하는 어린 아이의 모습을 담은 후원 광고가 종종 보여요. 비영리단체는 후원을 기반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자극적인 광고일수록 더 많은 후원이 들어오기 때문인데요. 당사자를 소재로 삼아 고통을 전시하는 과정에서, 영케어러에 대한 인식은 고착화되기 마련이죠.

이러한 행태에 변화를 일으키려면 결국 후원자의 시선이 바뀌어야 해요. 당사자가 동정의 대상으로만 그려질 경우, 후원자는 정상성에 기대어 우위를 취하는 느낌을 가질 수밖에 없으니까요. 또, 돌봄을 하는 사람이 따로 존재하는 것처럼 느끼는 것도 지양해야 한다고 해요. 중요한 건 누구나, 언제든, 돌봄을 하고, 또 언젠가 돌봄을 받을 사람임을 인지하는 거예요.

검은색 상의를 입고 있는 영케어러 멘토 최문영. 웃는 얼굴로 청중을 향해 발언하고 있다.

돌봄 경험은 장애물이 아닌 회복탄력성을 높이는 경험

돌봄토크 세션 이후에는 행사에 참여한 청중들이 직접 궁금한 점을 묻고, 영케어러가 질문에 답하는 시간을 가졌어요. 그중 인상 깊었던 문답을 하나 소개할게요.

🙄 저의 경우, 어린 시절 돌봄의 기억이 있는 사람으로서 그 시간을 떠올리기만 해도 고통스럽고 회피하고 싶은 마음이 큽니다. 이와 같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돌봄에 대한 이야기를 지속적으로 하시는 이유가 있나요?

😊 돌봄 경험을 타인과 공유하고 언어화 하다보면, 저의 감정을 보다 긍정적인 방향으로 재해석할 수 있는 힘이 생기는 것 같아요. 이 과정을 반복하며 어린 시절 겪었던 고통을 조금씩 극복하고 있고요. 결국 돌봄 경험은 장애물이 아닌, 회복 탄력성을 높이는 경험이라 생각해요.”

조기현 작가의 <우리의 관계를 돌봄이라 부를 때> 도서를 두 손에 쥔 오현아, 최문영과 양 옆에 함께 서 있는 조기현, 홍종원, 한선혜. 다섯 명 모두 밝은 표정으로 정면을 바라보고 있다.

영케어러의 한 마디

🙂 돌봄 대상자가 가정에 있을 때, 시선이 바뀌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으로 행사에 참석했어요. 주변 당사자분들도 많이 계실 거고, 편견을 가진 분들도 계시겠죠. 오늘의 이야기를 통해 한 번쯤 그 시선을 재고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 저다운 시간이었어요. 이 자리에, 혹은 나중에 이 토크를 접할 분들께 꼭 전하고 싶은 말이 있어요. 지금 정말 잘 하고 있고, 최선을 다하고 계실 거예요. 함께 연대하고 마음을 나눌 수 있기를 바랍니다!

글 | 문지원

📺 현장 스케치 영상

현장의 생생함을 그대로 느껴보고 싶으시거나, 다양한 돌봄 경험을 바탕으로 한 깊은 고민과 사유가 궁금하시다면 아래 링크를 통해 영상을 확인해주세요!